국내증시 중동계 자금 14조…유가 급락에 매도 유인 발생
선물 가격 저평가도 매도 이끌어…외국인 18일째 순매도
코로나19에 유가급락까지…외국인 주식매도 이어질 듯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연일 기록적인 '팔자' 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외국인의 순매도가 당분간 계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촉발한 경기 침체와 국제유가 급락 등에 따라 외국계 자금이 국내 증시에서 추가로 유출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30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4천214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로써 외국인은 이달 5일 이후 18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기록했다.

월간 기준 누적 순매도 금액은 약 12조4천772억원으로 늘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처럼 대규모 순매도가 이어지는 원인 중 하나로 유가 하락에 따른 중동계 자금의 이탈을 꼽고 있다.

석유 의존도가 높은 중동 국가들은 국제유가가 하락하면 국부펀드를 통해 해외 투자 자금을 거둬들이면서 현금 유동성 확보에 나서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7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4.8%(1.09달러) 급락한 21.5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배럴당 40달러 선이었던 WTI 가격은 이달 들어 배럴당 20달러 선까지 추락한 상태다.

이에 따른 오일머니 이탈은 가뜩이나 악화한 외국인 수급에 더욱 큰 부담을 줄 수 있다.

염동찬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2014∼2015년 WTI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에서 50달러까지 하락하는 구간에서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카타르 등의 중동계 외국인은 국내 주식을 순매도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최근 외국인 매도는 당시와 비슷한 형태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이 발표하는 월별 외국인 국내투자 동향을 살펴보면 대표적인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는 해당 시기 대체로 국내 주식을 매도하는 흐름을 보였다.

특히 2015년 10월에는 한 달 만에 무려 1조8천540억원을 순매도하기도 했다.

염 연구원은 "지난 2월 말 기준으로 중동계 외국인의 국내 주식(코스피·코스닥 합산) 보유액은 약 14조원"이라며 "아직 3월 중 국가별 순매도 금액은 집계되지 않았지만, 향후 국제유가 하락이 이어진다면 해당 자금이 추가로 유출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에 유가급락까지…외국인 주식매도 이어질 듯
이와 함께 선물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상태인 백워데이션 역시 외국인 매도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백워데이션이 발생하면 현물을 매도하고 선물을 매수하는 매도 차익거래가 나오면서 주식시장에 매도세가 유입된다.

김동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금융위원회에서 공매도를 금지하면서 이전까지 공매도를 통해 주식 하방 위험을 헤지(위험 회피)하던 투자자들 사이 선물 매도가 늘었고, 이에 따라 선물 저평가 현상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매도 거래 금지가 유지되는 9월 중순까지 코스피200 선물의 저평가 현상은 지속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더구나 미국과 유럽에서 코로나19의 확산이 이어지면서 신흥국 주식을 비롯한 위험자산에 대한 회피 심리도 여전한 상황이다.

결국 외국인의 순매도 추세는 코로나19가 진정되고 국제유가가 안정될 때까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염 연구원은 "국제유가 급락과 선물 가격 저평가가 최근 외국인 매도의 주요 원인이라면 유가가 안정되거나 백워데이션이 '콘탱고'(선물 가격이 현물 가격보다 높거나 결제월이 멀수록 선물 가격이 높아지는 현상)로 돌아설 때까지 대형주·대표주 위주의 외국인 매도는 조금 더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반면 이날도 개인 투자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1천985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사자' 행진을 이어갔다.

◇ 2014∼2015년 월별 외국인(사우디아라비아) 국내투자 동향
(단위: 십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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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월 │ 2014.1 │ 2014.2 │ 2014.3 │ 2014.4 │ 2014.5 │ 2014.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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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우디 │ △54 │ 246 │ 108 │ 104 │ 515 │ △8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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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월 │ 2014.7 │ 2014.8 │ 2014.9 │2014.10 │2014.11 │2014.12 │
├─────┼─────┼─────┼────┼────┼────┼────┤
│ 사우디 │ 551 │ △82 │ △158 │ 304 │ 181 │ △253 │
└─────┴─────┴─────┴────┴────┴────┴────┘

┌─────┬─────┬─────┬────┬────┬────┬────┐
│ 연월 │ 2015.1 │ 2015.2 │ 2015.3 │ 2015.4 │ 2015.5 │ 2015.6 │
├─────┼─────┼─────┼────┼────┼────┼────┤
│ 사우디 │ 485 │ △254 │ △607 │ 70 │ 4 │ △123 │
├─────┼─────┼─────┼────┼────┼────┼────┤
│ 연월 │ 2015.7 │ 2015.8 │ 2015.9 │2015.10 │2015.11 │2015.12 │
├─────┼─────┼─────┼────┼────┼────┼────┤
│ 사우디 │ △233 │ △189 │ △947 │△1,854 │ △314 │ △76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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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금융감독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