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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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당분간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전망이 늘고 있다.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 의지와 오는 4월 총선이 맞물려 기준금리를 인하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17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올해 첫 통화정책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의 연 1.25%로 동결했다. 지난해 7월과 10월 각각 0.25%포인트씩 인하한 이후 기준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기준금리 동결 결정 이후 공개된 통화정책방향결정문(통방문)이나 이주열 한은 총재(사진)의 기자회견 내용은 다소 매파적(금리인하에 부정적)이었다는 평가다. 기준금리 인하는 시중 자금을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주식 시장에 긍정적인 요인이다.

통방문에서 금통위는 국내 경제의 부진이 일부 완화된다고 봤다. 또 기자회견에서 이 총재는 반도체 경기가 올해 중반 회복 국면에 들어갈 것이란 기존 전망을 유지했고, 미중 무역분쟁이 완화된 점 등을 긍정적 경기 진단의 배경으로 언급했다. 부정적 경제 전망 및 경기 부양을 위한 금리인하 필요성에 대한 발언들이 줄어든 것이다.

◆ 2월 및 상반기 인하 전망 엇갈려

한은이 다음달 및 올 상반기에 금리인하에 나설 것이란 관측은 여전히 많다. 금리인하 소수의견을 밝힌 금통위원이 지난해 11월 1명에서 이달 2명으로 늘어났고, 경기 및 물가의 급반등 가능성은 극히 제한적이란 것이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기준금리가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이지만 충분히 완화적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며 "2020년 경기회복 가능성을 감안하더라도 추가 금리인하의 명분은 유지되고 있고, 상반기 금리인하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기준금리인 연 1.25%는 2016년과 같은 수준이다. 2016년 한국의 실질 성장률은 2.9%, 근원물가 상승률은 1.6%였다. 한국은행의 2020년 전망치는 실질 성장률 2.3%와 근원물가 상승률 0.8%다. 이를 감안하면 현재의 기준금리가 경기의 탄력적인 회복을 지원해줄 수 있는 수준인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 "부동산 규제·총선 고려하면 상반기 인하 힘들어"

금리인하 소수의견을 밝힌 금통위원이 2명으로 늘어났지만, 상반기 실행이 어렵다는 전망의 근거로는 정부의 집값 안정화 정책이 꼽힌다.

지난해 11월 금통위 의사록이 공개된 이후 금리인하 소수의견은 실질적으로 2명이었다. 때문에 이번 회의에서 2명의 소수의견이 나온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여기에 미 중앙은행이 당분간 기준금리 동결 기조를 유지할 것이란 점, 이 총재가 금융안정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겠다고 강조한 점 등에서 한은은 부동산가격 안정 및 가계부채 동향에 더 초점을 맞출 것이란 해석이다.

기준금리 인하로 늘어난 시중 자금은 부동산 시장으로 향할 것이란 우려가 있다.

허태오 삼성선물 연구원은 "올해 4월 총선이 있고, 정부는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며 "올해 60% 가능성으로 예상했던 2월 기준금리 인하 전망을 변경해 최소한 상반기에 금리는 동결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은 총선이 마무리된 후 상황을 봐야 한다는 판단이다.

올 상반기 금통위의 통화정책결정회의는 2월27일과 4월9일, 5월28일 세 차례 남았다.

한민수 한경닷컴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