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국 중국 등 글로벌 주요국 증시는 위험 선호 심리가 살아나면서 대체로 상승 탄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역대 최고 수준에 근접하면서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 완화 정책, 각국 정부 차원의 경기 부양책 등도 증시 랠리 기대를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 증시, 언제쯤 조정받을까
"글로벌 증시 상승 탄력…나홀로 高高한 美, 경기부양 나선 中 유망"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올해 S&P500지수 전망치 범위를 2600~3385로 잡았다. 지난해 말 S&P500지수가 3230.78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승 여력이 5% 이내로 크지 않다는 계산이 나온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유럽, 중국 등 주변국 경기가 확실하게 반등하지 못하는 가운데 미국만 나홀로 상승세를 유지하기는 힘들 것”이라며 “수출과 투자 부진은 주요 기업의 수익성 감소, 고용 둔화, 임금 상승 저하로 이어질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노동부가 지난 10일 발표한 작년 12월 신규 고용 증가는 14만5000명(계절 조정치)으로 발표 전 월가 추정치에 미치지 못했다. 12월 시간당 임금도 1년 전보다 2.9% 상승하는 데 그쳐 2018년 7월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그럼에도 미국 증시는 성장성과 안정성 매력을 고루 갖추고 있는 만큼 글로벌 투자 자금이 지속적으로 유입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백찬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저성장·저물가 기조가 고착화되면서 성장주가 세계적으로 품귀 현상을 빚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미국 중앙은행(Fed)의 통화 완화 정책과 주요 기업의 자사주 매입 랠리 등으로 미국 이외 지역에서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하고 있는 성장주와 배당수익률이 높은 배당주 등의 메리트가 부각될 것”으로 내다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선을 앞두고 경기 부양책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증시를 떠받치는 안전 장치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유승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1910년 이후 역대 미국 대선에서 경기 침체 국면에서 재선에 성공한 사례는 1924년 존 캘빈 쿨리지 대통령이 유일하다”며 “트럼프 행정부도 최소한 올 11월 대선 전까지는 친시장적 정책 기조를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중국 인도 등 신흥국에 주목”

많이 오른 미국보다는 중국, 인도 등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신흥국 증시가 상승 탄력을 받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특히 지난해 성장률 정체로 허덕이던 중국이 글로벌 경기 반등의 최대 승리자가 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김경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중국은 지난해 미국과의 무역전쟁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카드’ 등 무리한 부양책을 자제하고 단기 과제(성장·고용)와 중장기 과제(부채 감소·구조전환) 간 균형을 잘 유지했다”며 “올 들어선 경기 둔화를 막기 위해 그동안 아껴둔 감세나 정부 지출 확대 등 레버리지 카드를 적극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이어 “은행 자동차 부동산 기계 건설 등 경기에 민감한 업종에 투자하는 전략이 유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대선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하반기 이후부터는 비중을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김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선에서 트럼프가 승리하든 민주당 후보가 이기든 지식재산권 보호 등 중국에 대한 공세를 강화할 것”이라며 “이 같은 정치적 불확실성에 따라 중국 증시의 조정 압력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상반기에는 중국 비중을, 하반기에는 미국 비중을 높이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중국과 함께 신흥국 아시아 시장을 대표하는 인도에 대한 기대도 적지 않다. 이창민 KB증권 연구원은 “국영기업 매각, 노동 개혁 등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친시장 정책 드라이브가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올해 투자 수익률 측면에서 인도가 신흥국 가운데 최선호 지역이 될 것”이라고 추천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