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2월 10일 오후 3시30분

웅진코웨이 매각이 교착상태에 빠졌다. 매각자인 웅진그룹과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인 넷마블이 가격 등 거래 조건을 두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투자은행(IB)업계 일각에선 연내 협상 타결이 이뤄지지 않으면 넷마블로의 매각이 무산되는 최악의 상황이 올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0일 IB업계에 따르면 웅진그룹과 넷마블은 웅진코웨이 매각 가격을 두고 한 달가량 협상하고 있다. 웅진그룹은 본입찰 당시 넷마블이 적어낸 가격보다 최대 200억~300억원을 깎아줄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넷마블은 그 이상의 가격 인하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켓인사이트] 속타는 웅진…"금융비용 부담 어쩌나"
웅진그룹은 웅진코웨이 매각 본입찰 직후인 지난 10월 14일 이사회를 열어 넷마블을 인수 우선협상자로 선정했다. 넷마블은 웅진씽크빅이 보유한 웅진코웨이 지분 25.08%를 1조8000억원대 중반에서 인수하겠다는 입장을 매각 측에 전달했다. 이에 매각 측은 넷마블에 한 달가량 상세 실사 기회를 준 뒤 지난달 중순쯤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고 연내 매각 작업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상세 실사 이후 양측의 가격 차이 등으로 협상이 차질을 빚으면서 연내 SPA 체결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한쪽에선 “넷마블이 사실상 협상을 중단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면서 매각 무산 가능성까지 대두되고 있다. 다른 쪽에선 “넷마블이 갑자기 웅진코웨이 입찰에 참여하다보니 사전 준비와 실사 기간이 부족해 시간이 추가로 필요한 것일 뿐 협상 자체가 중단된 것은 아니다”는 반론도 나온다.

어느 쪽이 진실이든 웅진코웨이 매각이 지연되면서 웅진그룹의 재무부담이 커지고 있다. 웅진씽크빅은 웅진코웨이를 인수하기 위해 인수금융 1조1000억원, 전환사채(CB) 5000억원 등 모두 1조6000억원을 금융권에서 조달했다. 이로 인해 웅진씽크빅은 이자 비용만 한 달에 100억원가량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웅진그룹의 지주회사인 (주)웅진이 웅진씽크빅의 유상증자에 참여하기 위해 빌린 단기 차입금까지 감안하면 재무부담은 더 커진다.

웅진코웨이 매각이 무산될 경우 (주)웅진의 채무 상환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주)웅진은 지난 8월 일부 차입금을 상환하기 위해 OK캐피털로부터 1350억원을 빌렸다. 하지만 이 OK캐피털 차입금은 1년 만기 단기 대출로 내년 8월까지 상환해야 한다. 여기에 내년에 갚아야 할 다른 차입금도 상당액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웅진그룹은 웅진코웨이 매각이 성사될 것으로 기대하고 웅진북센, 웅진플레이도시 등 다른 자회사 매각을 잠정 중단했다.

IB업계 관계자는 “매각이 지연될수록 웅진그룹의 재무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면 넷마블에 유리한 쪽으로 매각 가격이 확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많다”며 “하지만 너무 낮은 가격이 제시되면 웅진그룹이 먼저 웅진코웨이 매각을 철회할 가능성이 있어 결과를 예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