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1단계 무역합의(스몰딜)에 대한 기대감이 크게 훼손됐다. 이제 오는 15일 추가 관세부과까지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 분석들이 나온다. 중요한 것은 스몰딜의 무산 방식이다.

4일 오후 2시44분 현재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0.63%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이 중국과의 1단계 무역합의를 내년 대통령 선거 이후로 미룰 수 있다고 발언했기 때문이다. 미국 대선은 2020년 11월에 치러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참석을 앞두고 기자들과 만나 "(미중 무역협상 합의에) 데드라인은 없다"며 "여러 가지 면에서 중국과의 합의를 (미국) 대선 이후까지 기다리는 것이 나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소식에 간밤 미국 증시는 급락했다. 다우존스 30 산업지수가 1.01% 하락했고, S&P500과 나스닥 지수는 각각 0.66%와 0.55% 밀렸다. 한국 증시도 지난 8월 중순 이후 미중 무역협상에 대한 기대로 상승세를 보였기 때문에 하락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등 지정학적 위험 요인도 부각됐다.

아직까지는 스몰딜이 무산될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많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트럼프가 중국과의 무역협상을 폐기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미국 실업률이 3.6%를 기록하는 등 양호한 고용 상황이 이어지고 있으나, 중국과의 무역분쟁으로 인해 팜벨트와 러스트벨트 지역의 실업률은 올 하반기 이후 상승세로 전환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팜벨트와 러스트벨트는 내년 미 대선에서 경합지로 예상되는 곳이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지난 주말 트럼프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철강과 알루미늄에 관세를 부과했다"며 "목표는 철강과 알루미늄이 아니라 미국 농민들을 위한 남미 농업국의 통화절상에 있다"고 판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부과 이유로 이들이 자국 통화를 평가절하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통화가치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달러를 매도했던 이들이 의도적 평가절하를 해다고 보기는 어려워, 이를 팜벨트를 위한 행동이라고 본 것이다. 이렇게 보면 중국과의 합의는 내년으로 연기될 수는 있어도, 완전 결렬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 "시장 충격, 무산 방식에 따라 다를 것"

스몰딜이 무산되더라도 시장의 충격은 방식에 따라 다를 것이란 예상이다.

조연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오는 15일 미국의 추가 관세 부과 이후 휴전이 진행된다면 시장 충격은 단기에 그칠 것"이라며 "이후 미 중앙은행의 추가 금리인하와 미국 대선 후보자들의 경기부양책 기대감으로 완만히 반등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중국이 보복성 대응에 나서 내년까지 상황이 악화될 가능성이 커진다면 반등의 폭과 기간은 짧아질 것으로 봤다. 최근 재개된 미국산 농산물 구매를 중국이 중단하는지 여부가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이후 협상을 고려한다는 점에서 2020년 미중 무역분쟁은 소강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도 코스피지수의 낙폭은 미국보다 작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양국이 스몰딜을 합의한 지난 10월 고위급 무역협상 이후 전날까지 S&P500지수의 상승률은 4.8%였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2.3% 올랐다. 이날 현재 하락분(0.63%)까지 감안하면 약 1.7% 오른 셈이다. 상승분을 모두 되돌려도 낙폭은 상대적으로 작다는 것이다.

한민수 한경닷컴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