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무역전쟁 완화되면 삼성전자로 매수세 유입될 듯
첫눈이 내렸다. 아침 기온이 제법 쌀쌀해지니 어릴 적 할아버지가 운영하던 국군부대 앞 슈퍼마켓에서 장작불을 피워 구워 먹던 군밤이 생각난다. 난로 통 문을 열어 불씨를 확인하는데, 불이 잦아들 때 새 장작을 넣으면 좀처럼 다시 타오르지 않던 기억이 난다. ‘좀 전에 불이 커져 있을 때 장작을 미리 넣어둘 걸’ 하고 후회하곤 했다.

미국 증시에서 소매·유통업체의 실적이 기대를 밑돌면서 유통주들이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이고 있다. 소비 특수인 추수감사절을 앞두고 경기를 빠르게 살리긴 쉽지 않을 것 같다. 한국 유통주도 이에 따른 외국인 매도세로 주춤하는 모양새다. 잔불만 남은 숯처럼 경기 둔화는 새 장작(금리 인하나 경기부양책)을 넣었음에도 불구하고 활활 타오르기엔 한발 늦은 것처럼 느껴진다. MSCI 신흥국시장(EM)지수 내 한국의 비중은 오는 27일 리밸런싱을 통해 현 12.2%에서 12.1%로 0.1224%포인트가량 감소할 예정이다.

주요 2개국(G2)인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이 다소 누그러지면서 미국 공급자관리협회(ISM) 제조업지수의 평균 회귀 여지가 암시하듯 삼성전자 우위의 순환매를 기대해 볼 수 있다. 신흥국시장 투자자들은 한국과 대만 간 선택의 기로에 설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를 사고 TSMC는 파는 식의 되돌림 가능성도 있다.

수급에서 부정적인 요인이 되겠지만 조정을 위협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지난 1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의료시스템 가격 투명성 제고를 위해 행정명령을 내렸다. 첫 번째는 환자가 온라인에서 병원비를 확인할 수 있도록 공지하라는 것이고, 두 번째는 보험사가 진료 전 비용 관련 정보를 환자에게 알리도록 하는 것이었다. 출산 때 같은 지역이라도 병원에 따라 비용이 4700달러에서 1만6000달러로 천차만별인 데다 혈액검사도 최대 40배까지 격차가 나는 데 따른 불합리성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추구하는 국내 바이오시밀러 회사들의 실적 개선 가능성이 제기된다.

디스플레이 업종에서는 한솔케미칼반도체의 퀀텀닷(QD) 모멘텀이 예상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올 하반기부터 기존 라인을 LCD에서 QD-OLED로 전환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한솔케미칼이 공급 중인 QD 소재 사용량이 증가하면서 중장기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과산화수소, 전구체 등 반도체 소재 사용률은 삼성전자 신공장(중국 시안 및 한국 평택 P2) 가동과 3D낸드 전구체(3D MAS) 신규 공급에 힘입어 올해 78%에서 내년 90%, 2021년 100%로 높아질 전망이다. QD 소재 매출은 QLED TV 판매 증가와 QD OLED 신규 공급 등으로 올해 620억원에서 내년 900억원, 2021년 1500억원 등으로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 소재 매출도 4세대 전기차 배터리 소재 신규 공급으로 올해 50억원에서 내년 150억원, 2021년 500억원 등으로 급증할 것으로 추정된다. 내년 전체 매출 추정치는 6833억원(올해 대비 14.6% 증가), 영업이익 추정치는 1370억원(19.6% 증가)이다.

삼국지의 영웅 조조는 ‘귀수수’라는 시에서 ‘노기복력 지재천리 열사모년 장심불이(老驥伏 志在千里 烈士暮年 壯心不已)’라고 읊었다. 준마는 늙어 마구간에 있어도 뜻은 천리를 달리며, 열사는 비록 늙었어도 큰 포부가 다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모리스 창 TSMC 회장이 연설에서 자주 인용했다는 이 구절을 되새기며 올 한 해 격랑 속에서도 끊임없이 기회를 찾아냈던 강심(强心)한 투자자 여러분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