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정책보고서 공개…"스튜어드십 강화만이 능사 아냐"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 원칙)를 강화해 국민연금과 경영진의 의사가 일치하지 않게 되면 기업경영·증시·기금운용수익에 부정적 영향이 발생한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김종석 의원은 4일 민간연구기관인 파이터치연구원과 함께 만든 국정감사 정책보고서를 공개했다.이 보고서는 지난달 정부가 발표한 '공정경제 성과 조기 창출 방안'에 따라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통해 기업에 대한 경영개입 권한을 강화할 때 기업경영 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것이다.이에 따르면 국민연금과 경영진 간 100%의 의사 불일치가 발생할 경우 경영권 방어가 어려운 기업들의 경영이 악화해 실질 GDP(국내총생산)가 약 39조원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총 실질소비(민간 실질소비+정부 실질소비)는 약 32조원, 총 실질자본(총고정자본형성)은 약 23조원, 총 실질투자(설비투자+건설투자)는 약 19조원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됐다.의안 반대율이 20% 이상이었던 기업을 대상으로 증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기업의 의안 반대율이 20% 이상인 경우 의안 반대율 10%포인트 상승 시 주가 변화율이 평균 6%포인트 감소하는 것으로 파악됐다.기금운용수익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면 기업의 의안 반대율이 20% 이상인 경우 의안 반대율 10%포인트 상승 시 월 주가수익률이 평균적으로 1%포인트 감소하는 것으로 계산됐다.김 의원은 "국민 노후의 최후의 보루가 되어야 할 국민연금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 스튜어드십 코드 강화만이 능사가 아니다"라며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강화를 지원하기 위해 시행령 개정을 통해 국민연금의 대량보유 변동 보고 의무(5%룰)를 완화하려는 시도는 국회의 입법권을 침해하는 매우 부적절한 행태"라고 밝혔다./연합뉴스
한국 연기금과 공제회 등의 해외 투자가 급증하고 있지만 주요 선진국 연기금과 비교하면 해외 투자 비율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국민연금은 지난 7월 말 기준 353조6000억원 규모 보유 채권 가운데 90.1%인 322조2000억원을 국내 채권으로 들고 있다. 보유 주식 자산 266조4000억원 중 국내 주식 비중은 43.5%에 달한다. 국내 대체투자까지 합치면 전체의 66.5%가 국내 자산이다. 자산 규모 704조원으로 세계 3대 연기금에 속하는 국민연금이 세계 증시에서 2%가 안 되는 국내 시장에 전체 자산의 절반 이상을 투자하고 있는 셈이다. 국민연금이 ‘우물 안 고래’라는 지적을 받는 이유다.2040년 전후 국민연금 기금이 바닥이 나 자산을 매각해야 할 때 금융시장의 충격과 자산가치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경고가 나온다. 국내 최대 공제회인 교직원공제회 역시 26조2097억원의 운용자산 가운데 56%에 해당하는 14조7823억원이 국내에 투자돼 있다.캐나다공적연금(CPP)은 자국 주식 투자 비중을 2013년 7.2%에서 지난해 말 1.9%로 낮췄다. CPP는 해외 투자자산 비중을 1999년 0%에서 지난해 85%로 확대했다. 노르웨이국부펀드(GPFG) 역시 유럽 투자 비중을 2013년 44.8%에서 작년 말 34.1%로 줄였다.국민연금이 지난해 벤치마크(기준) 수익률보다 낮은 연간 수익률(-0.92%)을 낸 것도 과도하게 높은 국내 주식 비중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에서 16.9%(22조6000억원) 손실을 봤다. 국민연금 국내 주식 포트폴리오 대부분이 자동차 반도체 조선 철강 등 경기 변화에 민감한 수출 의존 제조 분야 대기업에 집중된 탓이다. 글로벌 업종과 기업 투자를 적극 늘려 위험을 분산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국민연금의 대체투자 확대 역시 속도가 느리다는 평가다. 국민연금의 대체투자 비중은 7월 말 기준 11.5%로 올해 목표인 12.7%를 크게 밑돌고 있다. CPP는 최근 5년 사이 대체투자 비중을 29.3%에서 58.7%로 두 배 이상으로 늘렸다. 저금리가 장기화하면서 부동산 등 실물자산 유동성이 높아지고 가격이 상승하는 데 빠르게 대응했다. 그 덕분에 지난해 말 글로벌 주식시장이 크게 조정받는 가운데서도 CPP는 연간 8.4%의 수익을 거뒀다.이준행 서울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민연금 수익률을 연 1%포인트 높이면 연금 고갈 시점을 5년가량 늦출 수 있다”며 “수익률을 올리려면 해외투자와 대체투자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사진)이 국민연금 개혁과 관련해 “정부가 단일안을 제시하기 힘들다”며 “정치권(국회)에서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박 장관은 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내용이 바람직한지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누가 주장한 안인지에 따라 찬반이 갈리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국민연금 개편안을 내놓기 힘들다”고 말했다. 내용 자체의 타당성을 따지는 게 아니라 정부가 주장했다는 것 자체만으로 공격받고 있어 정부가 개편안을 내놓을 수 없다는 의미다.지난 8월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제출한 복수의 국민연금 개혁안 중 아무것도 정부 안으로 정하지 않고, 그대로 국회에 넘기겠다는 의사를 공식화한 것이다. 당시 경사노위는 △현행 40%인 소득대체율을 45%로 올리고, 9%인 보험료율은 10년에 걸쳐 12%까지 올리는 안 △현행 제도를 유지하는 안 △소득대체율을 유지하면서 보험료율만 즉시 10%로 올리는 안 등을 제시했다.박 장관은 “복수의 개편안 중 지속가능한 안을 내기 위해 정치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며 “국회의원들이 논의하고 결론을 도출해달라”고 요청했다. 경사노위 안을 기초로 국회가 하나의 안을 정해달라는 것이다. 하지만 국회는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관련 논의가 전무하다. 총선 이후 21대 국회가 구성된 뒤에는 임기 말 권력 누수와 2022년 대선을 겨냥한 각 정당의 후보 선출 일정 등으로 제대로 논의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김대중 정부는 집권 3개월, 노무현 정부는 집권 8개월 만에 국민연금 개편안을 정부 안으로 제출했다. 박근혜 정부는 집권 1년 만에 공무원연금 개편안을 내놨다.이날 국감장에서는 정부가 정치적 부담만 걱정해 국민연금 개혁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김명연 자유한국당 의원은 “2057년 국민연금이 고갈된다는 추계에 국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는데도 정부는 국민연금을 개편하겠다는 책임감이 없다”며 “뭉개고 넘어가려는 게 아니라면 정부 단일안을 책임지고 내야 한다”고 비판했다.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