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무역분쟁 불확실성 확대…화학업종 주가 작년부터 약세
미·중 무역분쟁 불확실성으로 인해 화학업종 주가는 작년부터 지속적인 약세를 보이고 있다. 순수화학업체인 롯데케미칼 주가는 지난달 30일 기준으로 연초 대비 15.0% 하락했고, 같은 기간 LG화학한화케미칼도 각각 4.0%, 4.5% 떨어졌다. 화학업종 전방산업이 대부분의 제조업을 포함하기 때문에 양국 간 관세 부과에 따른 제조업 둔화는 화학소재 수요 감소로 이어진다. 이게 화학업종 주가 약세의 원인으로 꼽힌다.

미·중 무역분쟁은 지난해 3월 8일 미국이 중국과 유럽연합(EU)을 대상으로 철강(25%) 알루미늄(10%)에 관세를 부과하면서 시작됐다. 같은 해 7월 6일 미국은 중국산 818개 품목(산업재 340억달러 규모), 중국은 미국산 545개 품목(농산물 340억달러 규모)에 관세(25%)를 부과하며 분쟁이 격화했다.

8월 23일에는 미국이 중국산 284개 품목(정보기술 제품 160억달러 규모), 중국은 미국산 114개 품목(에너지 160억달러 규모)에 관세(25%)를 부과했다. 이어 9월 24일에는 미국이 중국산 5745개 품목(중간재 2000억달러 규모, 관세율 10%), 중국이 미국산 5207개 품목(전제품 600억달러 규모, 관세율 5~10%)에 관세 부과를 결정했다.

올해는 상황이 더 악화됐다. 지난 5월 10일 미국은 작년 9월 관세를 부과한 5745개 품목의 관세율을 10%에서 25%로 인상했다. 중국도 맞불을 놨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에 따르면 미국의 대(對)중국 3차 관세 품목에서 소비재가 차지한 비중은 24%다. 이 때문에 관세 인상이 한국 화학업종에 미친 영향은 더 컸을 것으로 추정된다.

화학 수요 부진은 중국의 국경절(10월) 및 춘제(2월) 등 연휴 기간을 전후로 화학소재 재고 비축 수요가 없었던 점으로 확연히 드러났다. 일반적으로는 휴일 기간 이전 전방산업에서 재고 비축 수요가 발생하면 단기 업황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무역분쟁 영향으로 구매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서면서 이 같은 단기 업황 개선에 따른 이익 창출도 어려웠다.

최근 글로벌 화학업체들의 2분기 실적 발표는 그 결과를 여실히 보여준다. 독일 화학업체 바스프는 최근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올해 연간 영업이익이 작년 대비 30%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전에 바스프가 올해 영업이익 가이던스(예상치)로 1~10% 증가를 제시했던 것을 고려하면 최근 화학업종이 얼마나 둔화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미국 화학업체인 다우케미칼도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매크로 환경 불확실성을 이유로 올해 설비투자액(CAPEX) 목표를 기존보다 5억달러 낮춘 20억달러로 제시했다. 이에 따라 2022년 상반기 상업 가동을 목표로 추진 중인 서유럽 폴리에틸렌(PE) 생산공장(연간 생산 규모 45만t) 증설도 연기됐다.

국내 화학업체들은 이런 업황을 각기 다른 방식으로 헤쳐나가는 모양새다. 롯데케미칼은 미국 에탄크래커(ECC) 증설을 통해 수익성 개선을 꾀하고 있다. LG화학과 한화케미칼은 2차전지, 태양광 등 비(非)화학사업 확장을 통해 성장성 확보를 노리고 있다.

롯데케미칼의 미국 프로젝트는 가동률 100%를 가정할 때 연간 매출 8000억원 및 영업이익률 20%의 수익성이 기대된다. 미국의 셰일혁명으로 인해 천연가스액(NGL) 생산량이 증가함에 따라 에탄크래커의 주요 원재료인 에탄 가격이 지속적으로 약세를 보인다는 점은 양호한 수익 창출 예상의 근거다. 반면 나프타크래커(NCC)는 원재료인 나프타 가격이 국제 유가 변동에 민감하다. 이란발 중동 리스크가 확대되는 상황에서는 ECC의 매력도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LG화학은 2차전지 사업을 통해 중장기 실적 모멘텀을 확보했다. 이 회사의 중대형 배터리 수주 잔액은 지난 3월 말 기준 110조원 수준이다. 쌓여가는 수주 잔액을 기반으로 내년까지 배터리 생산능력 110GWh를 확보해 시장 선두주자 위치를 지켜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올해 하반기는 신규 폴란드 공장 수율 안정화를 통한 수익성 개선이 기대된다.

한화케미칼도 태양광사업을 통한 실적 개선의 여지가 크다. 최근 중국의 보조금 지급 스케줄이 확정됨에 따라 하반기 설치 수요가 회복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고수익성 제품인 모노셀 비중을 현재 30%에서 연말 80%로 확대할 계획인 만큼 자체적인 수익성 개선도 기대된다.

ethan.won@hi-i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