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금리가 바닥을 모르고 급락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18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연 1.75%→연 1.50%) 낮춘 지 1주일 만에 3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1%포인트 가까이 급락하면서 올 들어 처음으로 연 1.3% 선 붕괴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전문가들은 미·중 무역분쟁 등 글로벌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의 실적 부진과 경기 하강 리스크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심리로 당분간 채권시장이 강세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다.
국고채 금리 급락…年1.3%대 붕괴 '눈앞'
채권시장, 기준금리 추가 인하에 베팅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25일 0.019%포인트 하락한 연 1.302%로 마감했다. 5년 만기 국고채 금리도 연 1.3% 선에 근접했으며 10년부터 50년까지 중장기 국고채 금리도 일제히 기준금리(연 1.50%)를 밑돌았다.

한은의 전격적인 기준금리 인하 이후 1주일 만에 시장금리가 1%포인트 가까이 급락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국내 대형 자산운용사의 채권 담당 운용역은 “한은이 금리 기조를 전환했을 때 인하 횟수가 한 차례에 그친 적은 한 번도 없었다”며 “이미 시장에서는 연 1.25%를 기준금리로 간주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 23일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2%로 지난 4월보다 0.1%포인트 하향 조정하는 등 글로벌 성장세가 크게 둔화하고 있다”며 “한은도 국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2.2%로 내렸지만 여기에는 일본의 경제보복 영향이 거의 반영돼 있지 않아 이주열 총재 스스로도 추가 인하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신 연구원은 이어 “연내 추가 금리 인하가 기정사실화돼 있는 만큼 시장금리가 최소 연 1.25%까지는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시장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에 근접하고 있는데도 채권시장에는 여전히 뭉칫돈이 몰려들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들어 국내 채권형 펀드 260개에 순유입된 자금은 24일 기준 9조5511억원에 달했다. 국내 우량 채권에 투자하는 액티브 채권형 상장지수펀드(ETF)인 ‘삼성KODEX종합채권액티브’ ETF는 올 들어서만 4000억원 가까운 자금이 들어오면서 26일 기준으로 순자산 1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알려졌다.

“제로 금리 시대 도래할 수도”

국내외 투자자의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지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역사적 저점을 뚫고 일본 유럽 등과 같은 ‘제로 금리’ 시대가 도래할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윤여삼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금리가 꾸준히 하락했음에도 외국인들의 원화 채권 투자가 사상 최대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게 그 증거”라고 말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들어 24일까지 장외 채권시장에서 외국인이 순매수한 채권은 2조2201억원어치로 집계됐다. 5월(9조8229억원)과 6월(10조2943억원) 두 달간 이어진 기록적인 순매수 규모에 비해 다소 줄었지만 매수세는 여전하다.

윤 연구원은 “낮아진 잠재성장률과 저물가 기조 등을 감안할 때 한은이 낮출 수 있는 기준금리 하한선은 연 0.75%로 추정된다”며 “구체적인 시기는 내년 중반 이후가 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미·중 무역분쟁과 일본 경제보복 등 대외 변수에 따라 이 같은 0%대 금리 시대가 앞당겨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