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여파가 여행·항공주를 넘어 카지노주까지 퍼지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일본과의 외교관계 악화 악영향이 증시 내 일본 관련 업종 전체로 확산될지 예의 주시하고 있다.

8일 증시에서 외국인을 상대로 하는 카지노 운영사 파라다이스와 GKL은 각각 5.87%, 3.79% 떨어졌다.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여파로 고전을 면치 못하던 카지노업체들은 매출이 지난 3월 ‘바닥’을 찍고 반등세로 전환했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파라다이스의 지난 6월 홀드율(고객이 게임에서 잃은 비율)은 11%를 나타냈다. 이 영향을 받아 2분기 매출은 사상 최대인 1902억원에 달했다. 같은 달 드롭액(고객이 게임 칩을 구매한 금액)은 1조8500억여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 증가했다.

지난 5월 중국인 입국자 수는 2017년 2월(59만1000명) 이후 27개월 만에 50만 명을 넘어섰다. 카지노 기업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도 커졌다. 파라다이스와 GKL 주가는 7월 들어 지난 5일까지 4.60%, 2.92%씩 오르며 이런 기대를 반영했다.

하지만 한·일 외교갈등에 따른 여행 심리 위축 가능성이 커지면서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었다. 지난 1분기 파라다이스 전체 드롭액 중 일본 VIP가 차지한 비중은 31.2%로, 중국 VIP(32.5%)와 비슷한 수준이다.

GKL에서도 일본 VIP 드롭액이 전체의 18.5%를 차지했다. 일본 ‘큰손’들이 한국 카지노를 외면하면 매출에 직접적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가 업계에서 나오는 배경이다. 이화정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매출 개선세에 따른 기대가 커지는 상황에서 불거진 단기 악재가 분명하다”며 “내장객 수는 감소하겠지만 VIP 매출 타격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이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를 발표한 직후부터 일찌감치 악영향을 받기 시작한 여행·항공주는 하락폭을 키우고 있다. 이날 하나투어와 모두투어는 4.77%, 6.25%씩 떨어지며 1년 내 최저가인 4만5900원과 1만8000원으로 주저앉았다. 하나투어의 일본 매출은 작년 기준으로 전체(8283억원)의 14.6%인 1208억원이다.

이날 제주항공(-2.84%), 티웨이항공(-5.35%), 진에어(-5.04%) 등 일본 노선 비중이 높은 저비용항공사(LCC) 하락세도 이어졌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 제주항공 탑승률은 전년 동기보다 8%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최근 4년 내 최저치”라며 “한·일 관계 악화로 일본 여행 수요가 더 위축될 전망이어서 하반기에 부담이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