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 출신 임직원들이 바이오 기업에 속속 둥지를 틀고 있다. 거래소 상장·공시 업무에서 쌓은 경험을 인정받아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는 바이오 기업에 영입되는 사례가 많다. 코스닥 바이오 상장사에서 사외이사나 감사로 영입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박웅갑 전 거래소 공시부장은 펨토바이오메드 상무로 최근 영입됐다. 거래소에서 상장심사 업무를 10년 넘게 담당하다 바이오인프라생명과학 부사장을 거쳐 이직했다.펨토바이오메드는 바이러스 매개 없이 세포 내부로 물질을 바로 주입할 수 있는 ‘셀샷’ 기술을 가진 바이오벤처다. 코넥스시장을 거쳐 코스닥시장으로 이전상장을 목표로 회사를 키우고 있다. 박 상무의 이동으로 빈 바이오인프라생명과학 부사장 자리는 이덕윤 전 거래소 시장감시본부 상무가 채웠다. 이 부사장은 거래소에서 전략기획부장, 코스닥시장총괄부장 등 요직을 거쳤다.임승원 전 코스닥시장본부 상무는 옐로모바일을 거쳐 휴비스트제약 부회장으로 영입됐다. 2014년 설립된 휴비스트제약은 건강기능식품과 전문 의약품을 생산하는 제약회사다. 내년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임 부회장은 코스닥 상장사인 강스템바이오텍 감사도 맡고 있다.임 부회장과 옐로모바일에서 함께 일했던 오창원 전 시장감시본부 기획감시팀장은 넥스트바이오메디칼 전무로 자리를 옮겨 IPO와 투자유치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서정욱 전 공시부장은 상장·공시 전문 컨설팅 회사 CSM컨설팅을 창업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그는 코넥스기업인 지놈앤컴퍼니 사외이사로 최근 선임됐다.거래소 출신 임원을 사외이사나 감사로 영입하려는 코스닥 상장 바이오기업도 적지 않다. 위암 치료제 ‘리보세라닙’의 글로벌 임상 3상 결과 발표가 임박한 에이치엘비는 최근 최규준 전 시장감시본부 상무를 사외이사로 선임했다.류성곤 전 유가증권시장본부 상무는 코스닥 상장사 바이오리더스 감사를 맡고 있다. 코스닥시장본부 상무를 지낸 서종남 법무법인 율촌 고문은 코스닥 압타바이오 사외이사다.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
한국거래소의 미국 시타델증권 위탁 증권사인 메릴린치 제재를 앞두고 금융투자회사들이 반발하고 있다. 거래소가 알고리즘 고빈도매매 부정거래에 대한 아무런 원칙이나 기준을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무리한 규제”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또 시타델증권의 불공정거래 혐의가 확정되지도 않았는데 회원 증권사를 먼저 제재하는 건 순서도 맞지 않다고 항변하고 있다. 이처럼 거래소와 업계 의견이 크게 갈리면서 시장감시위원회도 6개월 가까이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례가 없던 일이다.▶본지 6월 11일자 A1면 참조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거래소 시장감시위는 19일 메릴린치 제재 안건 관련 세 번째 회의를 연다. 지난 3월부터 지난달 사이에 두 차례 회의를 했지만 이례적으로 시장감시위원 사이에 의견이 좁혀지지 않았다. 앞서 시장감시위 사전회의 격인 규율위원회도 1월부터 3월까지 세 차례나 회의를 열고서야 5억원 미만 수준의 회원제재금을 통과시켰다. 거래소 관계자는 “시장감시 관련 제재 안건을 반년가량 심의한 사례는 처음 있는 일”이라며 “그만큼 법적으로 쟁점이 많고 의견 대립이 팽팽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거래소는 시타델증권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제재 권한이 없다. 다만 메릴린치에 대해선 시장감시 규정에 따라 자율규제 차원에서 감리 조치를 할 수 있다. 시장감시 규정 4조(공정거래질서 저해행위 금지)에서 금지한 ‘과도한 거래로 시세 등에 부당한 영향을 주거나, 오해를 유발하게 할 우려가 있는 호가를 제출하거나 거래를 하는 행위’를 위반했다는 게 거래소 판단이다.메릴린치는 법률대리인으로 김앤장을 선임하고 강력 대응하고 있다. 제재안이 확정되면 글로벌 시장에서 ‘부정거래를 수탁한 증권사’란 평판 추락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른 금융투자회사들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고빈도매매를 적지 않게 수탁하고 있어 ‘남일’이 아니라는 분위기다.금융투자회사들은 외국인 고빈도거래가 직접주문전용선(DMA: Direct Market Access)을 통해 이뤄지는 알고리즘 매매 패턴을 파악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설명한다. 한 준법감시인은 “거래소도 알고리즘 고빈도매매 관련 부정거래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나 원칙이 없다”며 “시장에서 알고리즘 부정거래에 대한 컨센서스가 없는데 부정거래를 수탁했다고 제재하면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이라고 말했다. 거래소는 2010년 ‘알고리즘 위험관리 가이드라인’을 배포했지만 불공정거래 관련 내용은 한 줄도 없다.지난해 8월만 해도 거래소 시장감시본부는 메릴린치 건에 대해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당시 코스닥 개인투자자들이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각종 의혹을 제기하자 거래소 담당 임원은 “현재로선 허수주문, 인위적인 고가주문 등 불공정 거래행위는 안 보인다”며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는 거래가 너무 많으면, 유동성이 많은 종목 위주로 거래를 하도록 메릴린치에 권고 정도는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거래소는 작년 10월께 불공정거래 혐의가 있다고 판단하고 본격적인 감리 제재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또 다른 증권사 준법감시인은 “국내에서 알고리즘 고빈도매매 관련 불공정거래 혐의는 이번이 처음 있는 현안”이라며 “시장교란 혐의도 뚜렷하지 않은데 불공정거래 혐의가 확정되기도 전에 메릴린치를 먼저 제재하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거래소 관계자는 “이번 알고리즘 고빈도매매 관련 의혹이 불거진 뒤에도 메릴린치 대응에 적잖은 문제가 있었다”며 “과거에도 심리에 앞서 감리 조치를 확정한 사례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거래소 감리증권사 등 회원의 매매거래 활동 또는 투자자와의 수탁관계에서 공정거래 질서를 유지하도록 강제하고 준수여부를 감독하는 자율규제. 한국거래소는 시장감시 규정에 따라 제명, 6개월 이내 회원자격 또는 매매거래 정지, 10억원 이하 회원제재금 부과, 경고, 주의 등의 조치를 내릴 수 있다.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
가상화폐(암호화폐) 거래소들이 생존 기로에 섰다.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에서 오는 21일 암호화폐 관련 기업들에도 적용될 규제 지침을 내놓을 예정이기 때문이다.FATF는 지난 2월 암호화폐 취급 기업에 적용되는 권고안을 내놨다. 1000달러(약 118만원) 또는 1000유로(약 133만4000원) 이상의 암호화폐 거래자 이용정보를 수집해 자금세탁방지(AML)에 나서라는 게 권고안의 골자다.FATF 권고안은 우리나라를 포함해 37개 국가가 따르고 있다. 강제력은 없지만 지키지 못한 국가는 블랙리스트에 올라 글로벌 금융시스템 접근 권한을 잃는 등 불이익을 받는다. 사실상 의무적으로 따라야 한다는 얘기다.최근 열린 주요 20개국(G20) 회의에서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들도 암호화폐와 관련해 FATF 권고안을 따르겠다는 공동성명을 채택한 만큼, 21일 나올 규제 지침은 곧바로 암호화폐를 취급하는 기업들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FATF 권고 준수가능 거래소 있나문제는 암호화폐 자체가 기술적으로 모든 거래자들의 신원 정보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것. 신원인증절차(KYC)를 진행한 거래소 내부 이용자들의 정보는 파악 가능하다. 그러나 이용자에게 암호화폐를 보낸 상대방이 누구인지 파악하기는 매우 까다롭다.예컨대 A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을 구입한 사용자가 이를 개인 암호화폐 지갑으로 이동시킨 후 다시 B거래소로 보냈다고 가정해보자. 이 경우 개인 지갑 소유권자가 명확하지 않아 A거래소와 B거래소가 서로 장부를 공유한다 해도 거래자 정보를 완벽하게 특정할 수 없다. 업계가 FATF 권고안을 수용해 '글로벌 거래소 통합시스템'을 구축하더라도 이용자 특정에는 한계가 있단 뜻이다.FATF 권고안을 수용할 경우 암호화폐 거래소들의 시스템 유지·관리 비용이 급증하는 것도 관건이다. 당장 유지 관리도 힘든 중소 거래소들은 사실상 폐업 수순을 밟을 수 있다. 대형 거래소들도 급격한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업계 시선은 FATF의 세부 지침에 이러한 특수성이 얼마나 반영될지에 쏠린다. 암호화폐 거래소의 상황을 감안하지 않은 고강도 지침이 나올 경우엔 대부분 거래소가 존폐 기로에 놓일 수 있다.◆ 다크코인은 사실상 '퇴출 예고'암호화폐 거래자들의 신원 정보를 파악하라는 FATF 규제는 송금인을 파악할 수 없는 '다크코인(익명 거래가 가능한 암호화폐)' 퇴출도 예고했다. 다크코인 퇴출은 이미 업계에서 일부 논의되던 사안이지만 FATF 규제안을 계기로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일례로 일본 금융청은 작년부터 암호화폐 거래소에 다크코인 퇴출을 지시했다. 다크코인 거래를 철폐한 거래소에만 금융청이 암호화폐 거래소 인가를 내주는 식이다. 업계는 FATF 권고안이 도입되면 앞으로 이 같은 형태의 규제가 보편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국내에서는 FATF 권고안에 대비해 올 3월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특정금융거래정보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특금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은 암호화폐 취급 업소(거래소)들이 금융정보분석원에 불법의심거래 및 고액현금거래를 보고하도록 했다. 국내에서도 다크코인 퇴출이 확정적일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거래소 떠나 거래 음성화 우려도단 FATF의 강력한 수위의 규제가 도입될 경우 반작용으로 암호화폐 거래가 음성화될 것이란 주장도 제기된다.미국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의 제프 호로위츠 최고준법감시인(CCO)은 "FATF 규제안을 적용하면 개인간(P2P) 암호화폐 거래를 부추겨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 의도치 않은 결과를 낳을 가능성까지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암호화폐 이용자들이 규제를 피해 P2P 거래를 택할 경우 암호화폐 거래 추적이 더욱 힘들어져 FATF 의도와 달리 도리어 자금세탁이 더 활발해질 수 있다는 논리다.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FATF 권고안으로 인해 늘어나는 운영 비용과 줄어드는 이용자로 '이중고'를 겪을 상황에 처했다.거래소 외에도 자산운용사, 펀드, 엑셀러레이터, 프로젝트 등 대다수 관계자들이 FATF 권고안의 영향권에 포함돼 업계는 FATF 지침 발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한 업계 관계자는 "FATF 권고안은 암호화폐 산업 제도권 진입의 마지막 관문이 될 것"이라며 "FATF 세부 지침에 따라 여러 혼란이 발생하며 과도기를 겪겠지만 이를 통해 산업이 본격 자리잡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김산하 한경닷컴 기자 sanha@hankyung.com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