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채권형 펀드에 자금이 끝없이 몰려들고 있다. 올 들어 22주 연속 순유입세가 이어지면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기록(16주 연속)도 넘어섰다. 국내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되고 있는 데다 국내외 기준금리 인하 기대도 커지면서 당분간 이 같은 흐름은 계속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채권형 펀드, 금융위기 때보다 돈 더 몰렸다
“금융위기 때보다 채권 더 샀다”

5일 금융정보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채권형 펀드의 설정액은 올 들어 단 한 주도 빼놓지 않고 22주 연속 순유입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연초 이후 늘어난 국내 채권형 펀드의 설정액만 6조8567억원에 달했다. 전체 순자산 규모도 올 들어 처음으로 30조원(30조8280억원)을 돌파했다.

이 같은 채권형 펀드 쏠림 현상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심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채권형 펀드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12월 중순부터 2009년 3월 중순까지 13주 연속 증가세를 나타냈으며 이어 2009년 5월 중순부터 8월 말에도 16주 연속 순유입 행렬이 이어졌다.

수익률도 나쁘지 않은 편이다. 국내 채권형 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1.36%로 국내 주식형 펀드(1.19%)를 앞질렀다. 국내 채권형 펀드 226개 가운데 ‘KB장기국공채플러스증권자투자신탁(채권)A-E클래스’의 연초 이후 수익률이 3.26%로 가장 높았고 ‘신한BNPP장기국공채증권자투자신탁1[채권](종류C-r)’ ‘NH-아문디올셋국채10년인덱스증권자투자신탁[채권]클래스Cw’ 등 펀드도 각각 3%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자산리서치부 팀장은 “채권형 펀드에 지속적으로 자금이 유입되고 있는 것은 그만큼 미·중 무역분쟁 등에 따라 국내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뚜렷해졌다는 신호”라며 “2008년 금융위기 등을 거치면서 시장 흐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시장 참여자들의 학습효과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30년 국고채 수익률도 기준금리 아래로

채권형 펀드의 강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이 잇따라 기준금리를 인하하거나 인하하려는 움직임을 나타내면서 한국은행도 조만간 이 같은 흐름에 동참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

호주 중앙은행(RBA)은 4일(현지시간) 3년 만에 연 1.5%였던 기준금리를 1.25%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2016년 8월 1.75%에서 1.50%로 내린 뒤 2년10개월 만에 사상 최저 수준으로 다시 낮췄다.

대표적인 ‘매파(통화 긴축론자)’로 꼽혔던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도 같은 날 시카고에서 열린 Fed 콘퍼런스에서 “(미·중 무역분쟁과 관련한) 상황 변화가 미국 경제에 어떤 의미를 가질 것인지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며 “경제 확장을 유지하기 위해 적절하게 행동할 것”이라고 밝혀 향후 금리 인하를 시사했다.

국내 채권 시장에서도 30년 만기 국고채 금리(연 1.704%)마저 기준금리(연 1.75%)를 밑도는 등 하반기 금리 인하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1분기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데다 5월 소비자 물가도 예상보다 낮은 전년 동기 대비 0.7% 상승에 그쳤다”며 “무역분쟁 장기화와 주요국 통화 정책 완화 기조 등을 감안할 때 채권 시장의 강세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