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5월 14일 오후 4시20분

한화투자증권이 만든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들의 주가가 특별한 원인도 없이 급등락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시장에서 한화스팩의 대형 인수합병(M&A)이 임박했다는 등의 루머가 돌며 페이퍼컴퍼니일 뿐인 스팩에 이례적으로 매수·매도세가 몰리고 있다. 금융감독당국은 허위사실 유포, 시세조종 등 불공정 거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모니터링에 착수했다.

[마켓인사이트] 한화스팩 이상 급등락 주의보
14일 코스닥시장에서 한화에스비아이스팩은 가격제한폭까지 하락한 5460원에 마감했다. 이 종목은 지난 3일 상장 첫날 상한가로 직행한 데 이어 8일부터 나흘 연속 상한가 행진을 펼쳤다.

한화에스비아이스팩의 전날 종가는 7800원으로 공모가(2000원) 대비 290% 폭등했다. 한화에스비아이스팩은 한화투자증권과 SBI인베스트먼트가 기업 인수를 위해 만든 스팩으로 각각 17.1%, 13.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한화증권의 다른 스팩도 덩달아 춤을 췄다. 한화에이스스팩3호, 한화에이스스팩4호는 전날 나란히 가격제한폭까지 올랐다가 이날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날 한화에이스스팩3호는 140원(4.96%) 내린 2685원, 한화에이스스팩4호는 490원(17.72%) 떨어진 2275원에 장을 마쳤다.

다른 회사와 합병하는 것이 유일한 사업목적인 스팩은 기업가치의 변동이 없기 때문에 통상 주가 움직임이 크지 않다. 스팩 주가가 오르면 투자자에겐 오히려 악재로 받아들여진다. 인수 대상 기업과의 합병비율 문제로 M&A가 성사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한화그룹이 스팩을 통해 초대형 M&A를 할 것이란 소문이 퍼졌다”며 “아시아나항공이 그 대상일 것이란 루머 등 다소 비상식적인 소문까지 돌았다”고 말했다.

이달 초 상장한 한화에스비아이스팩의 경우 소문대로 M&A가 예정돼 있는 것이라면 위법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감독당국 관계자는 “스팩은 초기 투자자와 공모 후 유입된 투자자의 정보비대칭 등을 감안해 상장 전에 합병기업을 특정할 수 없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세력의 시세조종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감독원도 한화스팩 주가의 이상 급등락을 인지하고 모니터링에 들어갔다. 금감원 관계자는 “유통물량이 적은 스팩이 급등락할 때 개인투자자들이 따라 매수하면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