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노선 늘어나고 환율·유가 안정적…LCC, 단거리 국제노선 점유율 50% 눈앞
지난해 한국의 출국자 수는 전년 대비 8.3% 증가한 2870만 명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는 장기 연휴 효과 감소, 경기 둔화 등 영향으로 증가율 자체는 다소 둔화될 전망이다. 하지만 연간 출국자 수가 인구 대비 55.6%로 높은 상황에서 증가세가 지속되는 것 자체는 긍정적이다.

출국자 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원·달러 환율 역시 1100원대에서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수요 둔화 요소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지난해 말 이후 하락한 유가도 배럴당 50달러대에 머물고 있어 유류할증료 하락에 따른 요금 부담 경감이 기대된다. 환율과 유가 안정세는 항공사의 비용 부담을 줄여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다. 지난 2월 인천공항의 국제 여객 수송객 수 증가율도 4개월 만에 소폭(작년 동기 대비 5.3% 증가) 회복됐다.

저비용항공사(LCC)는 한국 출국자 수 증가에 지대한 역할을 했다. 낮은 항공요금은 항공여객의 수요 저변을 확대하고, 특히 단거리 노선에서 반복 수요를 창출했다. 최근 단거리 국제 노선에서 저비용항공사의 점유율은 사상 처음으로 45%를 돌파했다. 머지않아 점유율이 50%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과 베트남으로 떠나는 출국자 수는 각각 2010년 이후 연평균 15.1%, 27.4% 증가하며 항공 수요 증가를 이끌었다. 이들 노선이 고성장을 누린 이유는 한국과 항공자유화협정이 맺어지면서 수요 증가에 맞춘 공급이 제때 이뤄졌기 때문이다.

향후 LCC의 추가적인 성장 발판은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중국은 저비용항공사에 ‘그림의 떡’ 같은 시장이었다. 한국과 중국은 산둥성과 하이난다오를 제외하고는 항공자유화협정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런 의미에서 최근 중국과의 항공회담 결과는 주목할 만하다. 한·중 간 여객노선이 주 548회에서 60회 더 늘어난 608회가 되면서 하늘 길이 넓어진 것이다. 특히 주요 노선인 인천~베이징(주 45회)과 인천~상하이(주 56회) 노선이 각각 14회, 7회 확대되면서 저비용항공사에도 기회가 열렸다. 뿐만 아니라 주요 노선에서 신규 항공사 진입 제한 폐지, 지방공항 노선에서 자유 운항허가(2개 항공사에 최대 주 14회까지, 12개 핵심노선은 제외) 등 과거와 비교해 항공사의 영업환경이 대폭 개선될 수 있는 조항이 신설됐다. 취항이 유연한 부정기편이 논의되지 않은 부분은 아쉽지만 최근 성장 정체를 고민 중인 항공사에 큰 호재임은 분명하다.

다만 영업환경이 개선된다 하더라도 모든 항공사에 그 혜택이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다. 국토교통부가 신생 저비용항공사 3사(플라이강원, 에어로케이, 에어프레미아)에 면허를 허가하면서 공급 증가 우려도 있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시장에 대응하고 타사와의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느냐다. 점차 서비스가 균질해지는 상황에서 경쟁력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가격이다. 가격 경쟁에서 살아남고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는 원가 경쟁력 보유 여부가 핵심이다.

재무구조도 항공사의 장기 경쟁력 척도다. 올해부터 회계 기준 변경으로 운용리스 계약이 부채로 계상된다. 항공사들의 부채가 전반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비해 운용리스 비중이 높은 저비용항공사는 기업공개를 통해 자본을 확충했고, 영구채를 발행한 항공사도 있다. 부채 상승 효과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항공사도 투자를 최소화하면서 현금흐름 개선을 도모하고 있다.

경기 둔화와 시장 포화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중국 시장이 열리고 있고 환율과 유가가 안정화를 보이는 등 긍정적인 요소도 많다. 이는 국내 항공사에 성장과 수익성 개선의 계기가 될 것이다. 만사가 그렇듯 과실은 모두에게 돌아가지 않는다. 안전에 대한 투자, 지속적인 원가 경쟁력 개선이 필수적이다. B737 맥스(MAX)의 운항 중단과 신규 항공사 진입 등 최근 변수에도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jay.ryu@miraeasse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