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미중 무역협상 우려에 2100선 '등락' 예상
이번주(11~15일) 코스피지수는 2100선대에 등락을 보일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이달 말 회동이 사실상 무산되면서 미중 무역협상에 대한 우려가 다시 불거지고 있어서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 코스피지수는 전주보다 26.41포인트(1.19%) 하락한 2177.05에 장을 마쳤다. 지난 8일 코스피는 2200선이 붕괴됐다. 이날 외국인이 2768억원 어치를 팔아치우면서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정상회담이 불발된 영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현지시간) 미중 무역 협상 종료 시한(3월1일) 이전 중국과 정상회담을 열 가능성에 대해 "(현재로선) 없다"고 부인했다. 그는 "아마도 추후에 만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CNBC 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의 정상회담 제의를 거절했다고 보도했다. 시 주석은 2월 북미 정상회담 직후 중국 하이난성에서 정상회담을 열자고 친서를 통해 제안했다. 하지만 백악관 관계자들은 중국과 북한 문제를 병합하지 말 것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충고했다. 북미회담 직후 미중회담을 열 경우 '중국의 포괄적 변화'를 끌어내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미중 무역협상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이번주 주식시장은 숨고르기 양상을 보일 것으로 점쳐진다. 우선 11일 미중 고위급 회담에 대해 투자자들이 주목할 것이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등 미국 무역협상 대표단은 이번주 초 중국을 방문, 베이징에서 회담을 진행한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중국 베이징에서 미중 고위급 회담이 예정돼 숨고르기 과정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며 "미중 대화가 지속되면서 2200선 회복 가능성도 엿보이지만, 대체로 시장은 하방 쪽 조정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지난달 코스피가 급등했다는 점도 부담이다. 올 1월 코스피지수는 8.02%나 상승했다. 월간 상승률로 따지면 2011년 3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외국인 주도 안도랠리의 소강상태 전환 가능성이 있다"며 "시장의 단기 숨고르기 전환과 종목·업종간 키 맞추기격 순환매가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통상 -5만~4만 계약 사이에서 움직이는 외국인의 지수선물 60일 누적 순매매는 최근 4만 계약 고점권에서 하락 전환했다. 이는 외국인 투자자의 태도가 지수선물 매도를 통한 잠재 하락위험 회피 쪽으로 이동했다는 것이란 설명이다.

다만 하락세가 나타나더라도 일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지난달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다. 최근에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재닛 옐런 전 Fed 의장은 "세계 성장세가 실제로 둔화하고 그 파급이 미국으로까지 이어진다면, 중앙은행의 다음 조치는 확실하게 금리인하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리플레이션(점진적 물가 상승) 기대감에 따른 주식시장의 가파른 상승 대비 낮은 이익 가시성이 부담으로, 속도조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면서도 "미국 중앙은행의 완화적 태도로 연간 우상향 흐름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순환매는 경기민감 가치주 내에서 이뤄질 것으로 봤다. 김병연 연구원은 "미중 고위급 무역 협상, 북미 정상회담 등이 예정돼 있다는 점에서 현재 무역분쟁 등에 따른 공포감으로 주가가 하락한 경기민감 가치주의 정상화 가능성이 클 것"이라고 했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