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시장에 나온 BBB급 회사채가 잇따라 완전판매(완판)되고 있다. 기관투자가의 연초 회사채 자금집행 수요가 몰리면서 시장이 달아오른 영향이다.

2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한진이 700억원어치 회사채를 발행하기 위해 전날 기관을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에 총 2430억원의 매수 주문이 들어왔다. 300억원어치를 발행하는 2년물은 630억원, 400억원어치를 찍는 3년물은 1800억원의 투자 수요를 확보했다.

달아오른 회사채 시장…BBB급도 '완판'
이 회사의 신용등급이 10개 투자적격 등급 가운데 세 번째로 낮은 BBB+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많은 금액이라는 평가다. 한진은 기관수요를 반영해 3년물 모집액을 700억원 규모로 늘려 총 1000억원어치 발행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한진보다 신용등급이 한 단계 아래인 두산인프라코어(BBB) 회사채도 최근 완판됐다. 지난 16일 수요예측에서 모집액(500억원)의 세 배를 넘는 1790억원 규모의 ‘사자’ 주문을 받았다. 이에 따라 발행 금액을 880억원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BBB급 회사채는 투자위험이 커 기관이 선뜻 담지 않는 채권으로 분류된다. 대부분의 기관은 신용등급 A- 이상 회사채에만 투자한다는 방침을 세워두고 있다. 그럼에도 한진과 두산인프라코어 회사채가 흥행에 성공한 데엔 연초 기관들의 회사채 수요가 가장 몰리는 ‘1월 효과’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IB업계 관계자는 “기관들이 채권투자용 자금집행에 적극 나서면서 BBB급 회사채에도 돈이 몰리고 있다”며 “AA급 이상의 우량채 수요 예측이 잇따라 대성공하면서 신용도가 낮은 기업으로까지 훈풍이 불고 있다”고 평가했다. KT(1조4600억원), CJ제일제당(1조4800억원), SK인천석유화학(1조4400억원) 등 신용등급 AA 이상의 기업들은 최근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연이어 모집금액을 훌쩍 뛰어넘는 매수 주문을 받았다.

금리매력도 흥행에 한몫했다. 한진의 3년물 개별 민간 채권평가사(민평) 금리는 지난 22일 기준 연 4.670%다. 한 계단 위인 A- 등급의 3년물 민평 금리(3.223%)와 금리 차가 1.447%포인트로 크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자산운용사는 물론 개인 거액 자산가들도 증권사 소매창구를 통해 BBB급 회사채를 많이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