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감사시간을 놓고 한국공인회계사회(한공회)와 기업들의 대립이 격화되자 금융위원회가 표준감사시간은 강제규범이 아니라며 한공회에 제동을 걸었다. 한공회는 금융위의 의견을 받아들여 부랴부랴 완화된 안건을 마련했다.

금융위 "표준감사시간 강제규범 아니다" 제동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는 최근 한공회에 표준감사시간은 최소감사시간이 아니라는 의견을 전달했다. 한공회가 표준감사시간 도입을 앞두고 지난 11일 열린 공청회에서 표준감사시간을 최소감사시간으로 정의해 발표한 데 대해 제동을 건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금융위 관계자는 “표준감사시간이 강제규범이 되는 것은 법의 취지에 맞지 않다”며 “적정 감사시간이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해볼 수 있는 가이드라인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표준감사시간이란 감사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제시되는 적정 감사시간으로, 한공회에서 올해 도입을 목표로 기업, 금융감독원 등과 논의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시행된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전부 개정안(신외감법)에는 한공회가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반영해 표준감사시간을 정하도록 명시돼 있다. 기업들은 표준감사시간에 최소 개념을 도입한 것은 기업의 특성을 무시한 강제 조항이라며 반대 견해를 나타냈다.

한공회는 금융위 의견대로 표준감사시간에서 최소 개념을 삭제키로 했다. 또 기업 규모·상장 여부 등에 따라 6개 그룹으로 나눴던 분류 방법을 9개 그룹으로 세분화하기로 했다. 그룹별로 시행 시기에 대한 유예 범위도 확대할 방침이다.

한공회가 한발 물러섰지만 기업들은 반발을 누그러뜨리지 않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표준감사시간이 강제성을 띠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농후한 내용이 초안 곳곳에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한공회는 21일 표준감사시간 수정안을 발표한 뒤 다음달 11일 2차 공청회를 거쳐 최종안을 만들 계획이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