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록지 않은 투자환경 속에서 새해 증시가 막을 올린다. 글로벌 패권을 두고 다투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지난해 ‘글로벌 유동성 파티’에 종언을 고한 미국은 올해도 두 차례 금리를 인상할 계획이다. 국내외 경기둔화 압력도 가중되고 있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빛을 발할 투자처를 찾는 전문가들은 건설주를 주목하고 있다. 정부가 경제활성화를 위해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확대하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확 틀 것이란 기대가 높아지고 있어서다.
GTX·남북철도 호재 타고…건설株 달린다
인프라·신도시 동시 개발 호재

건설주는 지난해 4분기 외국인투자자의 ‘러브콜’이 집중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 기간에 대림산업을 1717억원어치, GS건설현대건설을 각각 1668억원, 1389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세 종목은 4분기 외국인 순매수 상위 종목 2~4위에 올랐다.

정부가 민간투자사업 범위 확대와 공공인프라 투자 확대 등의 내용을 담은 ‘2019년 경제정책방향’을 지난달 발표하자 건설업 투자심리가 뜨거워졌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오랜 기간 SOC 수주 가뭄에 시달린 건설업계에 희소식”이라며 “1분기 중 대규모 공공 프로젝트의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여부가 확정되면 건설주가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자들은 ‘3기 신도시’ 개발 효과에도 주목하고 있다. 경기 남양주와 하남, 과천, 인천 등 네 곳에 총 15만5000가구를 공급하는 3기 신도시 개발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C 노선과 신안산선 등 교통 인프라 확충이 함께 이뤄지는 게 특징이다. 채 연구원은 “수도권의 서울 접근성이 좋아지면서 건설업체들의 수도권 사업에 대한 심리가 전반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GTX-A노선은 대림산업과 대우건설, SK건설, 한진중공업 등이 시공한다. 사업비가 2조9000억원에 달한다. 올해 하반기엔 GTX-B노선(사업비 5조9000억원), C노선(사업비 4조3000억원) 사업자 선정이 이뤄질 예정이다.

남북한 경제협력이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전망도 건설주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남북은 지난달 26일 개성 판문역에서 ‘경의선·동해선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을 했다. 이를 계기로 교통망 전력 공업지구 등 인프라 분야 협력이 활발해질 것이란 관측이 많다.

건설·토목 시장에 온기가 돌면서 건자재 업체도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쌍용양회, 한일시멘트, 성신양회 등 시멘트주는 토목시장 활성화의 대표적 수혜 종목으로 꼽힌다. 수도권 중심의 토목시장 성장이 예상되는 만큼 서울 및 경기·인천 지역을 중심으로 레미콘을 제조·판매하는 유진기업도 관심을 끈다.

정책 효과가 올해 수주 실적에 반영되는 것은 아니다. 조윤호 DB금융투자 연구원은 “교통 인프라 공사 등의 발주는 내년 상반기쯤 시작될 것”이라며 “최근 발표된 정책 효과는 건설주에 중·장기적으로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수주가 변수

“외국인이 최근 대형 건설사 주식을 대거 매수하고 나선 데는 해외 수주 증가에 대한 기대도 겹쳐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BNK투자증권은 올해 현대건설 GS건설 대우건설 대림산업 삼성엔지니어링 등 5개 건설사의 해외 수주액 합계가 전년 대비 31% 증가한 22조5000억원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국제 유가가 급격한 조정을 받고 있는 것은 건설사들의 해외 실적에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국제 유가 하락은 중동 지역에서의 플랜트 발주 감소로 이어져 건설주에 악재로 꼽힌다.

건설주가 통상 상고하저 패턴을 보인 것은 연초 부풀었던 해외 수주 기대가 연말에 실망으로 되돌아온 경우가 많았던 게 영향을 미쳤다. 김승준 흥국증권 연구원은 “중동과 아시아 발주 시장에서 중국이 정부와 은행의 투자를 등에 업고 수주 공세에 나설 가능성이 있어 중국 건설사의 수주 동향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