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이 이렇게 ‘돈 굴리기’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예상한 전문가들이 연초엔 많지 않았다. 미국 금리 인상,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국내외 증시는 수시로 휘청였다. 요즘엔 금융투자 시장에 ‘R(recession·경기 침체)의 공포’가 퍼지고 있다. 내년에 글로벌 경기 둔화가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에 미국 장·단기 국채금리 격차가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2008년 이후 10년 만에 최소 수준으로 좁혀졌다. 장기물 채권 금리가 단기물보다 낮아지는 ‘금리 역전 현상’이 조만간 나타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시장은 장·단기 금리 역전을 불황의 전조로 받아들인다.

연말을 맞은 투자자들은 재테크의 중심을 ‘공격’에서 ‘방어’로 옮기고 있다. 공격적으로 투자하기보다 비교적 안전하고 변동성이 작은 자산에 돈을 넣으려는 분위기다. 새는 돈이 있는지 점검해 아낄 수 있는 돈을 아끼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연말정산을 앞두고 소득공제 혜택이 있는 상품에 돈을 추가로 넣는 투자자도 늘고 있다.

‘세테크 효자’ 연금

연말 재테크 전략, 공격보다 방어 집중하라
투자자들은 연금저축과 개인형 퇴직연금(IRP) 등 연금계좌를 적극 챙기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에 설정된 연금저축 펀드 226개에는 지난달 7일부터 이달 7일까지 한 달간 1021억원이 순유입됐다.

퇴직연금 펀드 412개에는 1121억원이 들어왔다. 글로벌 증시 급락 등으로 투자 심리가 얼어붙은 한 달 전(10월7일~11월7일)엔 연금저축 펀드와 퇴직연금 펀드에 들어온 자금이 각 494억원, 466억원에 불과했지만 연말이 되자 분위기가 바뀌었다.

연금저축과 IRP 계좌에 적립하는 금액 중 700만원까지는 연말정산에서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세액공제율은 연봉 5500만원 이하 16.5%, 5500만원 초과 13.2%다. 연봉 5500만원 이하인 근로자가 연금저축과 IRP에 1년 동안 700만원을 넣었다면 16.5%인 115만5000원을 돌려받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신상근 삼성증권 연금전략팀장은 “투자금의 16.5%를 확정수익으로 가져가는 셈”이라며 “10~20년 이상 묵혀둘 수 있는 장기자금이라면 700만원까지는 무조건 연금 상품에 넣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연금저축은 △은행의 연금저축신탁 △보험사의 연금저축보험 △증권사의 연금저축펀드로 구분된다. 연금저축 세액공제 한도는 400만원이다. 나머지 300만원은 퇴직연금 계좌에 넣으면 된다.

퇴직연금 가입자 가운데 확정기여(DC)형 가입자는 해당 계좌에 추가 납부하거나 IRP 계좌를 열어 돈을 넣으면 된다. 확정급여(DB)형 가입자는 IRP 계좌로만 연금을 추가 납부할 수 있다. 각 운용사가 연금저축과 퇴직연금 전용으로 내놓은 펀드는 보수도 일반 펀드에 비해 낮게 책정돼 있어 장기 투자에 유리하다.

연금투자상품 ‘샛별’ TDF

연금을 굴릴 상품으로는 타깃데이트펀드(TDF)를 주목할 만하다는 평가다. 투자자의 은퇴 시점을 기준으로 생애주기에 따라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의 비중을 자동으로 조정해주는 상품이다.

TDF는 자산을 전 세계 주식과 채권에 분산 투자한다. 투자자는 하나의 상품으로 글로벌 자산배분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직접 시장 상황을 봐가면서 투자 펀드를 꾸준히 교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투자자라면 TDF에 돈을 넣는 게 대안이 될 수 있다.

TDF를 포함한 라이프사이클펀드 104개에는 최근 한 달간 434억원, 석 달간 1107억원 등 연초 이후 6205억원이 들어왔다. 라이프사이클펀드 설정액은 지난해 말 1조9285억원에서 지난 7일 2조5891억원으로 불어났다.
연말 재테크 전략, 공격보다 방어 집중하라
‘막차’ ISA도 관심 높아

정부가 2016년 3월 선보인 비과세 상품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가입을 올해 말까지만 할 수 있어서다. ISA는 예·적금, 펀드, 파생결합증권(DLS) 등 다양한 금융상품에 모두 투자할 수 있는 계좌다.

연 2000만원씩 5년간 최대 1억원까지 납부할 수 있다. 이 계좌로 벌어들인 수익 200만원(근로소득 5000만원 이하 가입자는 400만원)까지는 이자소득세 15.4%가 없다. 200만원을 넘는 수익은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에 합쳐지지 않고 9.9%로 분리과세돼 고소득자에게도 쏠쏠하다.

ISA 가입기한이 연장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지만 아직은 불확실하다. 이 계좌를 활용한 투자를 당장 시작하지 않더라도 일단 통장은 만들어놓는 것이 유리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