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 PBR 0.8배 역사적 바닥 구간
지난 6월 이후 불거진 미·중 무역분쟁이 지난주 미·중 정상회담을 통한 관세 90일 유예라는 단기 휴전 결정에도 불구하고 협상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코스피지수 2000선을 다시 위협하고 있다. 코스피 2000포인트는 올해 말 기준 유가증권 상장사의 청산가치(자산-부채) 대비 0.8배 수준이다. 2000년 이후 한국 증시 PBR(주가순자산비율)이 0.8배였던 시기는 2001년 9·11테러(500포인트), 2003년 신용버블(600포인트),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1000포인트)를 포함해 총 네 번이다.

주목할 점은 한국 증시 PBR 0.8배 진입 시기는 글로벌 위기와 함께 투자자들에게 엄청난 고통의 시간을 안겨줬지만, 지나 보면 모두 증시 바닥권이었다는 점이다. 결론적으로 미·중 무역분쟁이 격화되며 현재 한국 증시가 무척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이러한 글로벌 악재를 반영해 증시 또한 충분히 저평가 영역에 빠져 있는 만큼 자산가치 측면에서 한국 증시는 추가적인 하락보다 2000포인트 하방경직을 보이며 무역 마찰 완화 시에는 증시 반등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다.

2000년 이후 유가증권 상장 기업들의 연간 순이익의 합은 단 한 번도 적자 난 적 없이 20년 연속 흑자 행진 중이다. 과거 한국 증시의 역사를 수익가치 측면에서 살펴보면 통상적으로 코스피는 상장기업들의 연간 순이익의 총합 대비 12배(투자수익률 8.33%) 부근에서 수렴해 왔다. 2000년대 초반은 500포인트(연간 순이익 20조원), 2000년대 중반은 900포인트(40조원), 2006년 1400포인트(70조원), 2008년 900포인트(40조원), 2010년 2000포인트(100조원), 2017년 2500포인트(137조원) 등 코스피는 연간 순이익 대비 12배 수준에서 형성돼 왔음을 알 수 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증시는 중국 설비투자 축소와 일본의 엔저 정책 영향으로 2010년 이후 연간 순이익이 매년 100조원 수준에서 정체를 보이며 2010년부터 2016년까지 7년간 2000선에서 지루한 박스권 흐름을 보였다. 그러다 반도체 초호황에 힘입어 2017년 137조원, 올해 150조원으로 이익이 급증하며 연초까지 증시가 신고가를 경신하는 모습을 보였다. 올해 6월 이후 무역분쟁으로 유가증권 상장기업들의 연간 순이익이 내년 100조원대로 급감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 최근 한국 증시는 조정을 받고 있다.

다행스러운 점은 최근 55개 증권사가 미·중 무역마찰을 반영해 추정한 2019년 유가증권 상장기업들의 순이익의 합이 여전히 145조~150조원 수준으로 추정되는 점을 감안하면 무역마찰이 완화되는 과정에서 한국 증시 또한 자연스럽게 반등을 기대할 수 있겠다.

이번 주 관심 종목은 삼성전기다. 올해 삼성전기는 무역마찰과 애플 쇼크, 대만 경쟁사들의 MLCC(적층세라믹콘덴서) 증설에 따른 가격 인상 제동 우려 등으로 상반기 상승폭을 하반기에 반납했다. 내년엔 단기적으로 밸류에이션 매력으로 하방경직성을 확보하고, 중기적으로는 MLCC 성장과 삼성 폴더블폰 수혜로 PER 12배 재탈환이 예상된다. 지난해 영업이익 3062억원에서 올해 첫 1조원 돌파가 확실해진 가운데 내년에도 사상 최고 실적을 내며 영업이익 1조6000억원대 달성이 기대된다. 5G(5세대) 이동통신과 카메라 모듈, 폴더블 스마트폰 등 주력사업 부문이 향후 2~3년간 성장 초입 단계인 점을 감안하면 내년에 PER 12배를 되찾은 뒤 안착을 시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쟁사의 MLCC 시장 진입 우려도 아직은 크지 않다. 진입이 시작돼도 저가 제품일 가능성이 높아 영향은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MLCC를 메모리 반도체와 비교하면서 가격 조정이 크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지만 자동화 전장화 트렌드는 이제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 수요 업체들이 대부분 생산설비 증설을 하고 있어 당장에 공급과잉이 나타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판단한다.

김문석 파트너 프로필

- 2016년 대한민국 경제리더 대상 수상
- 2000년 한국 증시를 빛낸 인물 선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