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1위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2000억원 규모의 대우조선해양 주식을 신규 취득했다.블랙록은 대우조선해양 지분 5.57%(약 597만 주)를 보유하고 있다고 6일 장 마감 후 공시했다. 공시에 따르면 지난달 29일까지 블랙록인스티튜셔널트러스트 등 특수관계자 13명이 대우조선해양 지분 4.42%(474만 주)를 확보했다. 이후 장내 매수를 통해 123만 주(1.15%)를 추가로 매입해 공시 기준인 지분율 5%를 넘겼다. 지분 가치는 이날 종가(3만2900원) 기준 1963억원에 달한다. 이번 지분 취득에 따라 블랙록은 산업은행(55.72%) 하나은행(8.41%)에 이어 대우조선해양의 3대 주주가 됐다.블랙록은 투자 기준으로 삼는 벤치마크 지수에 편입된 종목들을 기계적으로 담는 게 아니라 종목 분석을 통해 골라 담는 액티브 투자를 하더라도 기업 지배구조 개편 등의 적극적인 요구는 하지 않는 성향을 보인다. 블랙록은 공시에 첨부한 확인서를 통해 “블랙록과 특수관계인은 대우조선해양의 경영권에 영향을 주기 위한 행위를 하지 않을 것임을 확인한다”고 밝혔다.금융투자업계에선 액화천연가스(LNG)선 등 선박 제조 경쟁력이 높은 대우조선해양에 블랙록이 관심을 가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국내 조선사 중 가장 낮은 건조 원가에도 가장 앞선 LNG선을 생산하고 있다. 박무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한국 조선소들이 모두 LNG선 수주를 늘리고 있지만 대우조선해양 고객사는 철저하게 1등급 선주들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며 “메이저 선주들의 신뢰가 높다”고 설명했다.최근 유가 하락세로 석유 수요 및 선박 발주량이 늘며 조선업황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도 있다. 한국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선박 수출액은 작년 동기 대비 158.4% 급증하면서 주요 품목 중 가장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했다. 한 조선담당 애널리스트는 “2014년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석유 감산 반대 성명 발표 이후 유조선(탱커) 선사들의 주가가 3~6배 상승했다”며 “블랙록은 LNG선의 대표성이 있는 대우조선해양을 낙점했을 것”이라고 말했다.블랙록은 자산 규모가 6조3000억달러에 이르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다. 세계 30여 개국에 거점을 두고 있다. 지금까지 블랙록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했거나 보유한 적이 있는 국내 기업은 SK하이닉스, LG전자, KT&G, 신한금융지주, 금호석유화학, 현대해상 등으로 다양하다.김동현/노유정 기자 3code@hankyung.com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 ‘빅3’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을 앞세워 연말 수주 스퍼트에 나섰다. 올해 한국 조선업은 7년 만에 중국을 제치고 연간 수주량에서 세계 1위 자리를 되찾을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조선 빅3가 두각을 나타내온 LNG 운반선 발주가 잇따라 수주 목표 달성에 청신호가 켜졌다. 전문가들은 “중국 등 아시아권을 중심으로 LNG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 LNG 운반선이 한국 조선업계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LNG 운반선 수주 잇따라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26일 이후 최근 1주일 새 7억4000만달러(약 8400억원) 규모의 LNG 운반선 4척을 수주했다. 대우조선해양도 지난 5일 미주지역 선사와 3억7000만달러 규모의 LNG 운반선 수주 계약을 체결했다. 조선 빅3는 LNG 보관탱크 등 LNG 운반선 관련 기술 경쟁력을 갖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세계에서 발주된 17만㎥ 이상의 대형 LNG 운반선 50척을 국내 업체가 싹쓸이했다. 현대중공업이 절반에 가까운 24척을 따냈고,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이 각각 14척과 12척을 수주했다.LNG 운반선 운임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연말까지 추가 발주도 이어질 전망이다. 미국의 셰일가스 수출 증가와 중국의 친환경 에너지 소비 확대로 LNG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 이 덕분에 상반기 6만달러를 밑돌던 대형 LNG선 하루 운임은 지난달 2배 이상 껑충 오른 19만달러를 기록했다. 글로벌 석유·가스 기업인 쉘과 선박 용선(임대) 계약 체결을 앞둔 글로벌 선주사들이 10여 척의 LNG 운반선 발주를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 등도 LNG 운반선 발주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클락슨은 올 한 해 60척의 LNG 운반선이 발주되는 등 2027년까지 매년 60척 이상이 발주될 것으로 전망했다.조선업계 새 블루오션올해 수주 목표치(132억달러)의 84%인 111억달러를 수주했던 현대중공업은 한 달 만에 13억달러의 LNG 운반선 건조 계약을 따내 목표액의 94%(124억달러)를 달성했다. 139억달러를 수주한 2013년 이후 5년 만의 최대 수주 실적이다. 연말까지 2척 이상의 LNG 운반선 추가 수주가 가능해 수주 목표 초과 달성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올해 수주 목표(73억달러) 대비 달성률이 77%(56억4000만달러)인 대우조선해양도 LNG 운반선을 중심으로 연말까지 최대 10억달러 이상 추가 수주가 가능할 전망이다. 삼성중공업도 연내 2척가량의 LNG 운반선 수주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12월과 다음해 1월의 선박 발주 비중은 연간 발주량의 22%에 달한다”며 “LNG 운반선 운임 상승 여파로 투기성 발주 수요도 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LNG 수요 증가로 물동량이 급증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한국 조선업계에 호재다. 클락슨은 지난해 2억9200만t이던 세계 LNG 물동량이 올해는 11% 늘어난 3억2400만t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30년엔 LNG 물동량이 현재의 두 배에 가까운 6억t에 이를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여기에 국제해사기구(IMO)가 2020년부터 선박 관련 환경 규제를 강화하면서 LNG 운반선뿐만 아니라 LNG를 연료로 쓰는 LNG 추진 선박 시장도 확대될 전망이다. 현대중공업은 18척의 LNG 추진 선박을 수주해 세계 조선업체 중 가장 많은 실적을 보유하고 있고,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도 LNG 추진 선박 건조 경험이 있다.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선박기술 발전·환경규제 강화 대응 차원대우조선해양은 서울대 시흥스마트캠퍼스 내 연구센터에 선박 및 미래 해양기술 연구개발(R&D)을 위한 '대우조선해양·서울대 시흥 R&D센터'를 열었다고 6일 밝혔다.전날 열린 개소식에는 조정식 의원과 이효원 서울대 기획부총장, 임병택 시흥시장, 국내 주요 대학 조선학과 교수진을 비롯해 대우조선 이성근 조선소장, 엄항섭 중앙연구원장 등 관계자 100여명이 참석했다.대우조선에 따르면 시흥 R&D센터는 급변하는 선박·해양플랜트 기술 발전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강화되는 환경규제에 부합하는 친환경 고효율 선박을 자체 개발하기 위한 기술력을 키우고자 마련됐다.이에 따라 스마트십 개발과 미래 해양공간 활용기술, 스텔스 기술 및 잠수함 등 특수선 관련 기술 연구에 매진하게 된다.또 대우조선이 기술 경쟁력을 갖춘 천연가스 재액화장치, 천연가스 연료공급시스템, LNG운반선 화물창 개발 등 천연가스 및 친환경 에너지 분야를 중점적으로 연구할 계획이다.대우조선은 향후 서울대와 미래해양기술 클러스터를 설립하고 교육과 인재양성에도 이 센터를 활용할 예정이다.이성근 대우조선 부사장은 "혹독한 구조조정 중에서도 회사의 미래 경쟁력인 기술개발에 대한 투자는 아껴선 안 된다"며 "산학관 협력을 통해 국내 조선산업 발전에 기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