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전문투자형 사모펀드)업계 1위인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이 창립 15년 만에 반기 기준 첫 손실을 냈다. 지난달 증시가 급락하는 등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헤지펀드업계 강자로 꼽히는 타임폴리오운용마저 어려움을 겪었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이 반기 수익률을 집계한 결과 운용 중인 10개 펀드가 4~5%가량 손실을 입었다. 타임폴리오운용 펀드가 반기 기준 손실을 낸 것은 창립 이후 15년 만, 헤지펀드운용사로 전환한 뒤로는 2년 반 만에 처음이다. 타임폴리오운용은 매년 5월 말과 11월 말에 수익률을 결산한다. 반기 수익률을 기준으로 성과보수 등을 책정한다. 수익을 내지 못하면 성과보수 없이 운용보수만 받는다.

타임폴리오운용은 창립 이후 한 번도 손실을 내지 않은 운용사로 유명했다. 이 사실이 고액자산가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헤지펀드 시장 진출 1년 반 만에 업계 1위로 올라섰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오히려 큰 수익을 내며 이름을 알렸다. 초기 급락장에서 과감히 손절매한 뒤 현금 비중을 늘리고, 기회가 생길 때마다 주식을 사고파는 전략으로 2008년에만 141.4%의 수익을 냈다.

하지만 올 하반기엔 시장이 단기 급락한 데다 변동성이 커지면서 운용이 그 어느 때보다 까다로웠다는 설명이다. 타임폴리오운용 관계자는 “지난달 코스피지수가 13%가량 급락한 데다 업종별로 번갈아가며 등락을 반복해 대응이 쉽지 않았다”며 “하반기는 손실을 냈지만 연초 기준으로는 펀드별로 6~11% 정도 수익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첫 손실을 냈지만 시장 대비 수익은 양호하다는 평가다. 이 관계자는 “31번의 반기 평가 기간 중 타임폴리오운용이 시장에 뒤진 것은 6차례에 불과하다”며 “이번 반기에 손실을 입었지만 코스피지수에 비해선 우수한 성과를 올렸다”고 했다.

지난달 급락장에서 대부분 헤지펀드 운용사는 2011년 헤지펀드 시장 출범 이후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전체 펀드 가운데 약 60%가 마이너스 수익을 냈다. 채권형 펀드까지 포함한 수치임을 감안하면 주식을 담고 있는 대부분 펀드가 손실을 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가 상승을 예상하고 주식 매수에 집중한 펀드(롱바이어스드)는 물론 채권 투자, 주식 공매도 등 다양한 전략으로 절대 수익을 추구하는 펀드까지 줄줄이 쓴맛을 봤다. 한 달 만에 10% 이상 손실을 낸 펀드도 전체의 16%에 달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