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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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식시장에서 주주행동주의가 본격화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행동주의를 표방하는 국내 사모펀드 KCGI가 한진칼 지분을 매입하면서다. 한진그룹 관련주뿐 아니라 향후 개선 여지가 있는 기업들로 시장의 관심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저평가 자산주를 비롯해 배당성향이 낮거나 순현금이 시가총액보다 많은 기업에 주목할 것을 주문했다.

19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한진칼은 장 초반 3만550원까지 오르면서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하지만 KCGI가 경영권 참여를 부인하면서 하락 전환했다. 한진칼은 현재 7%대 하락하고 있다.

KCGI 1호 펀드는 경영권 위협보단 경영활동에 대한 감시 및 견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겠다고 이날 밝혔다. KCGI 1호 펀드는 "한진칼 계열사들은 유휴자산의 보유와 투자지연 등으로 매우 저평가돼 주요 주주로서 감시 및 견제 역할을 활발하게 수행할 경우 한진칼의 기업가치 증대가 이뤄질 것으로 판단한다"며 "일부 외국계 투기 자본이 요구하는 비합리적 배당정책, 인건비 감소를 위한 인력구조조정 및 급격한 주가부양을 통한 단기 이익실현을 지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KCGI가 만든 KCGI제1호사모투자 합자회사의 최대주주인 투자목적회사 그레이스홀딩스는 한진칼 주식 532만2666주를 취득, 지분 9%를 보유했다고 지난 15일 공시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17.84%)을 포함한 오너 일가(28.95%)에 이어 2대 주주로 오르면서 이목이 집중됐다.

시장에선 KCGI가 경영권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한진칼의 기업가치를 높일 것으로 보고 있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향후 한진칼은 경영합리화를 통한 기업가치 제고가 가능할 것"이라며 "단기 급등락에 연연하기 보다는 주요 자회사인 대한항공진에어 등에 관심을 주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번 KCGI의 한진칼 지분 취득을 기점으로 국내에서도 주주행동주의가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9월 플랫폼파트너스 자산운용이 제기한 맥쿼리인프라펀드(MKIF) 운용사 변경 제안은 임시 주총에서 부결됐지만 결과적으로 운용보수 인하를 이끌어냈다.

법적으로도 경영권 참여가 용이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최근 법무부는 '소액주주권 강화' 상법개정안을 다시 추진 중이다. 여기에 포함된 집중투표제 등이 시행될 경우 일정 수준 이상 지분을 보유한 비지배주주의 최대주주 견제가 용이해진다. 경영참여 시 배당뿐 아니라 자회사 경영, 자산 유동화 등 기업가치 제고방안이 다양해졌다는 평가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경영권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저평가 자산주에 대한 관심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기관투자자들의 주주권 행사 강화 추세에 따라 기업들은 경영참여 명분을 제공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한편 단기간내 수치적 개선이 수월한 배당성향, 자사주정책 등을 강화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개선 여지가 있는 기업들로 관심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일부 오너기업은 보유 자산을 활용한 기업가치 개선에 소극적이거나 낮은 배당성향을 유지하거나 소극적인 IR활동으로 기업의 본질가치를 인정하지 않고 있어서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취약한 대주주 지분(40% 이하), 낮은 배당성향(15% 이하), 과다 보유 자산에서 투자기회를 찾아야 한다"며 "대형주에선 네이버, 미들캡에선 현대그린푸드 현대백화점, 스몰캡에선 한국단자 광동제약 조광피혁 등이 대표적"이라고 추천했다.

배당성향이 15%인 기업 중 순현금 비중이 시가총액 대비 높은 기업도 주목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순현금이 시가총액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기업은 S&T 중공업 동원개발 현대에이치씨엔 태광산업 서희건설 등이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