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초 4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던 국제 유가가 한 달 새 18% 넘게 빠졌다. 원유 채굴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나 원유 가격에 연동돼 있는 상장지수펀드(ETF) 수익률에는 비상등이 켜졌다.

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원유 관련 펀드 및 ETF들은 최근 한 달간 평균 15% 안팎의 손실을 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발표하는 GSCI 원유 선물 지수의 등락률을 추종하는 ‘TIGER 원유선물 특별자산(원유-파생형) ETF’와 ‘KODEX WTI 원유선물 특별자산(원유-파생형·H) ETF’는 각각 15.26%, 15.06%의 손실을 봤다.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된 기업 중 원유나 가스를 탐사·생산하는 기업들에 투자하는 ‘KBSTAR 미국S&P원유생산기업(주식-파생형·합성H) ETF’도 이 기간 -15.24%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국제 유가는 최근 한 달여간 급격히 떨어졌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원유(WTI)는 10월3일 배럴당 76.41달러로 최근 4년 만에 최고치를 찍은 뒤 속절없이 추락해 지난 6일 62.21달러로 마감했다.

10월 초까지 국제 유가를 밀어올렸던 공급 부족 우려가 완화되면서 유가는 하락세로 반전했다. 지난 6월만 해도 미국이 이란의 원유 수출을 제재하겠다고 발표한 데 따라 연말 글로벌 원유 공급이 크게 위축될 것으로 시장은 내다봤다. 하지만 미국의 원유 재고가 예상보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수치가 지난달 중순부터 잇따라 발표되고,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는 증산을 지속하겠다고 밝히면서 공급 부족 우려는 수그러들었다.
유가 4년 만에 정점 찍고 한 달간 '뚝뚝' 눈물 쏙 뺀 원유 ETF
단기적으로는 유가가 하향 안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미국은 지난 5일 한국과 일본, 인도 등 8개국에 대해 예외적으로 180일간 이란산 원유 수입을 허용하기로 했다. 미국의 원유 재고 증가도 유가 하락 쪽에 힘을 싣는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지난달에 이어 이달에도 미국의 산유량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재상승을 점치는 전문가가 많다. 이란산 원유 수입 허용 기간이 한시적인 데다 미국의 정책이 바뀔 가능성도 상당하다는 분석에서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이란 제재가 본격적으로 이뤄지면 이란발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지속적으로 시장에 영향을 미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을 높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미·중 무역분쟁이 타협점을 찾을 경우 글로벌 투자 심리가 살아나면서 원자재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점도 유가를 올릴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김훈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국제 유가는 당분간 하락 압박에 더 크게 노출돼 있다고 판단하지만 이란 제재가 시작되고 지난달 급락했던 증시 역시 안정되고 있어 유가가 일방적으로 떨어질 상황도 아니다”며 “당분간은 WTI 기준 배럴당 60달러 초·중반대에서 등락을 거듭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