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연계증권(ELS) 시장에 돈이 돌지 않고 있다. ‘국민 재테크’로 불리며 지난해 발행 규모가 62조원까지 커졌지만, 올 하반기 들어 글로벌 증시 급락으로 조기상환 규모가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이 영향으로 ‘ELS 투자→상환→재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무너지면서 새로 설정되는 ELS 규모도 쪼그라들었다는 분석이다.
증시 급락에 ELS 시장 '돈맥경화'
◆‘돈맥’ 막힌 ELS 시장

26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하반기(7월부터 현재까지) 조기상환된 ELS는 월평균 2조6393억원어치로 집계됐다. 상반기 월평균(4조8514억원)의 반토막 수준이다. ELS는 기초자산으로 사용된 지수가 계약 시점보다 일정 수준 이상으로 떨어지지 않으면 약속한 이자를 주는 상품이다. 만기는 보통 3년이다. 6개월마다 기초지수가 일정 범위에 있으면 조기상환 기회를 준다.

ELS 조기상환이 줄어든 건 올 하반기 글로벌 증시가 하락세를 탔기 때문이다. 기초지수로 자주 활용되는 홍콩 H지수는 올 하반기 들어 10% 가까이 떨어졌다. 증권업계에선 홍콩 H지수 ELS 가운데 지수 1만2000~1만2500선일 때 발행된 상품이 절반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들 상품은 올 2~5월 대거 발행됐으며, 6월 홍콩 H지수가 1만1000포인트 아래로 내려가면서 조기 상환 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통상 ELS는 발행일로부터 6개월이 지났을 때 모든 기초지수가 가입 시점보다 5% 이상 떨어지지 않으면 조기 상환받을 수 있다.

기존 ELS 조기상환이 줄면서 신규 상품 판매도 지지부진하다. ELS는 올 상반기에는 월평균 6조7177억원어치가 시장에 나왔지만 하반기엔 4조541억원이 신규 발행되는 데 그쳤다. 한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는 “ELS는 기존 투자자들이 상환받은 자금을 재투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조기상환이 줄면 ELS 발행액도 함께 줄어드는 경향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신규 투자 고려해볼 만”

지수가 급락했지만 기존 투자자들이 아직 원금 손실을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홍콩 H지수가 1만2500선일 때 가입한 투자자라면 지수가 7500선까지 내려가야 원금 손실을 입는 ‘녹인’ 구간에 진입한다. 이는 지금보다 지수가 25%가량 더 떨어진 수준이다.

미·중 무역분쟁이 심해져 지수가 급락할 것으로 예상하더라도 섣부른 상환보다는 만기까지 기다리는 것이 낫다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다른 증권사 PB는 “중국 정부의 증시 부양의지가 강해 지수가 7500선까지 떨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예상했다. 그는 “최악의 경우를 가정하더라도 2016년 홍콩 H지수 급락으로 대규모 녹인 사태를 경험한 투자자들이 지난해 만기가 돌아오자 대부분 이익을 상환받았던 사례를 생각하면 지금 중도상환하기보다는 시장 회복을 기다리는 게 낫다”고 진단했다.

ELS를 보유하지 않은 신규 투자자라면 지금을 투자 기회로 삼을 만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이중호 KB증권 연구원은 “현재 수준에서 새로 진입하는 투자자의 원금 손실 구간은 홍콩 H지수가 5000선에 근접하는 경우”라며 “현 지수 수준은 투자를 고려해볼 만하다”고 분석했다. 홍콩 H지수가 5000선 아래로 내려간 적은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8년 10월27일(4990.08) 후 한 번도 없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