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전문가 "과거 박스피 평균 수준서 심리적 저항"

미중 무역분쟁 등 대내외 불안요인으로 살얼음판을 걷는 코스피가 23일 다시 연중 저점을 찍으며 휘청거렸다.

장중 한때는 그동안 심리적 지지선으로 일컬어지던 2,100선이 깨지면서 '어디가 바닥인지 모르겠다'는 공포감이 증시에 확산됐다.

코스피는 이날 55.61포인트(2.57%) 내린 2,106.10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장중 한때는 2,094.69까지 떨어졌지만 종가로는 2,100선을 지켜낸 게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전문가들은 무역분쟁과 미국 금리 상승, 환율 상승, 유가 불안, 기업 실적 전망치 하향조정 등 악재들이 쌓이면서 불안감을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진단했다.
'날개 없는 추락' 코스피 지지선은? 2,100 뒤엔 2,000선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감세안으로 미중 무역분쟁이 격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불거졌다.

여기에 금리 인상이 더 이어질 수 있다는 한국은행 총재의 발언과 국민연금의 주식대여 중단 등이 겹치면서 수급이나 투자심리 면에서 시장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중 무역갈등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중국이 받는 고통을 코스피가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며 "그런데 여기에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선진시장 쪽에서도 균열이 생기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커진 것이 가장 큰 악재"라고 지적했다.

류용석 KB증권 시장전략팀장은 "우리가 알고 있는 악재들이 사라지지 않고 더 커지는 양상"이라며 "기업 실적이 좋지 않은 것이나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발언 등으로 악재와 우려가 확대 재생산 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코스피가 이미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아래로 떨어져 청산가치에 못 미치는 상황이지만 단기적으로 2,100선을 하회할 수는 있다고 예상한다.

다만, 과거 '박스피'(박스권에 갇힌 코스피)의 중간 수준인 2,000∼2,050을 밑돌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점쳤다.

이경수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 입장에서는 신흥국 전반을 보기 때문에 국내 증시 자체의 밸류에이션(평가가치)은 큰 의미가 없다"면서도 "예상치 못한 악재가 불거지지 않는다는 가정 아래 저항선은 2.050 정도"라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코스피가 작년에 한 단계 올라서기 전까지 6년간 박스권에 머물 때 1,800∼2,200 사이에서 움직였는데, 2,050선은 그 중심선"이라며 "당시 70조원이던 상장사 순이익이 지금은 140조원인 상황에서 2,050선을 저평가의 기준선으로 잡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날개 없는 추락' 코스피 지지선은? 2,100 뒤엔 2,000선
고태봉 센터장도 박스피 시절 코스피 밴드(등락 범위)의 중간값인 2,000∼2,050 정도가 강력한 심리적 저항선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 센터장은 "2,100선이 PBR 0.88배 정도인데 금융위기 때 수준이어서 쉽게 무너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며 "만약 그 이하로 밀린다고 해도 박스피의 중간값이자 PBR 0.7배 수준인 2,000을 지키려는 움직임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미국 경제도 흔들리기 시작하면 조정은 더 길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은 하방 지지선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으나 현 수준이 '바닥'에 해당한다고 봤다.

이 팀장은 "지금 코스피는 2015∼2016년 수준으로 되돌아가 있다"며 "당시 우리 기업 순이익이 85조∼95조원 수준인데 올해는 150조원으로 추산되고 기업 이익과 밸류에이션을 고려하면 지금 주가가 저점은 맞다"고 말했다.

김중원 현대차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2,000을 지지선으로 봤다.

김 팀장은 "주가 낙폭이 과대하지만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한 만큼 심리적 지지선인 2,000까지 더 내려갈 수 있다고 본다"며 "2,000∼2,200 사이에서 오르내리는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