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효자'로 떠오른 中 중한석화
중국 후베이성 성도(省都) 우한에 있는 중한석화는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 SK종합화학(지분율 100%)과 중국 최대 국영석유기업 시노펙의 합작사다. 중한석화 부지의 면적은 서울 여의도와 비슷한 297만5200㎡에 달한다. 이곳에 들어선 11개 주요 생산설비의 중심에는 ‘산업의 쌀’로 불리는 에틸렌을 1년에 80만t 생산하는 나프타분해시설(NCC)이 있다.

16일 방문한 중한석화에서는 NCC 증설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에틸렌 생산 능력을 2020년 연 110만t으로 늘려 중국 내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다. 단순 정유기업에서 종합 에너지·화학사로 변신 중인 SK이노베이션은 중한석화를 발판으로 중국 중심의 화학사업에 더 속도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2020년 中 2위 NCC 도약 계획

SK이노베이션 '효자'로 떠오른 中 중한석화
SK종합화학은 시노펙과 총 3조3000억원을 투자해 중한석화를 설립했다. SK종합화학이 35%, 시노펙이 65% 지분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중한석화 설립 이전 중국 중부지역엔 대형 NCC가 없었다.

중한석화는 그 공백을 메우며 에틸렌 80만t을 비롯해 폴리에틸렌(PE) 60만t, 폴리프로필렌(PP) 40만t 등 20여 종류의 석유화학 제품을 연 220만t 생산하고 있다. 이곳에서 생산된 제품은 후베이성과 후난성, 안후이성, 장시성, 허난성 등에 주로 공급한다.

중국에선 에틸렌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관련 산업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중국의 에틸렌 및 관련 제품 자급률은 60%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중한석화는 에틸렌 생산량을 80만t보다 크게 확대하려 하고 있다.

이를 위해 7400억원 규모의 설비 증설을 작년 10월 결정했다. 2020년 증설이 마무리되면 중한석화는 상하이에 있는 세코(연 에틸렌 생산량 120만t)에 이어 중국 내 2위 규모의 NCC가 된다.

SK이노베이션은 세계 최대 화학시장인 중국을 중심으로 화학사업을 강화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중한석화도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중국 정부나 시노펙과의 협상을 전면에서 이끌며 성사시킨 프로젝트다. SK이노베이션은 2010년부터 비(非)정유 부문인 화학사업, 2차전지 사업 등에 대한 투자를 늘려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3분기 ‘깜짝 실적’ 기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SK이노베이션은 1500원(0.70%) 내린 21만3500원으로 장을 마쳤다. 하락 마감하기는 했지만, 올 7월부터 9월 초까지 20만원 선을 밑돌던 SK이노베이션은 지난달 중순부터 상승세를 타기 시작해 지난 2일엔 22만7000원(장중)까지 올랐다. 올해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가 한 달 전보다 12.8% 증가하는 등 ‘깜짝 실적’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면서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화학사업이 SK이노베이션의 3분기 실적 개선을 이끌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키움증권은 SK이노베이션이 3분기 정유 부문에서 4085억원, 화학 부문에서 3313억원, 윤활기유 부문에서 1070억원 등 총 8109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을 것으로 분석했다. 정유 부문과 윤활기유 부문의 이익 추정치는 전 분기 및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한 수치다. 반면 화학 부문의 이익 추정치는 전 분기 대비 39.4%, 전년 동기 대비 1.6% 늘어났다.

중한석화를 함께 찾은 이동욱 키움증권 연구원은 “국제 유가 강세로 나프타 가격이 오르면서 올레핀 부문의 이익은 줄었겠지만 최근 폴리에스테르 수요가 증가하는 가운데 일부 파라자일렌(PX) 플랜트가 생산 차질을 빚어 PX 스프레드(제품가격에서 생산비용을 뺀 금액)는 급등했다”며 “PX가 SK이노베이션의 주력 생산품 중 하나여서 이에 따른 긍정적 효과를 봤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PX 가격 강세는 내년 하반기까지 이어질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SK 화학사업 주역 된 중한석화

SK이노베이션 화학사업 부문은 지난해 역대 최대인 1조3722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이 가운데 1567억원이 중한석화 관련 지분법 이익이었다. 중한석화는 지난해 에틸렌 등 주요 제품의 스프레드 강세로 631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SK이노베이션 화학사업 실적을 든든히 떠받쳤다.

중한석화는 올 상반기에도 2386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이원근 중한석화 부사장은 “국제 유가 상승으로 나프타값이 올라 올해 실적은 지난해에 비해 소폭 줄어들 전망”이라면서도 “영업이익률은 15% 이상을 꾸준히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한=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