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국경절 연휴(1∼7일) 기간 홍콩 시장에서 주식과 위안화 가치가 동반 급락하면서 일각에서는 오는 8일 중국 본토 증시와 외환 시장이 다시 열릴 때 응축된 하락 충격파가 본토 시장에 고스란히 전달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항셍지수는 종가를 기준으로 지난달 28일 27,788.52에서 5일 26,583.93으로 떨어져 일주일 새 4.33%나 하락했다.같은 기간 홍콩에 상장된 중국 본토 기업들의 주가 동향을 보여주는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H지수)도 4.42% 급락했다.최근 발표된 민간 고용지표, 공급자관리협회(ISM)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등 미국의 주요 경제 지표가 전망치를 크게 웃돌면서 미국 채권 금리가 급등함에 따라 홍콩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했다.업종별로는 레노보, ZTE가 5일 장중 한때 22%, 14% 폭락하는 등 기술주와 반도체 관련 업체들의 주가가 크게 부진했다.애플과 아마존 웹서비스의 데이터센터 서버에서 중국 정부의 감시용으로 추정되는 마이크로 칩이 발견됐다는 외신 보도가 지난 4일(현지시간) 나오면서 미중 무역전쟁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가운데 중국 기술 업체들이 미국 정부의 다음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퍼졌다.또 중국이 미국 원유 수입을 중단했다는 중국 국영기업 관계자의 발언이 전해지면서 원유 관련주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이런 가운데 국경절 연휴 기간 홍콩 역외 외환시장에서는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도 급등했다.위안화 환율 급등은 그만큼 위안화 가치가 평가절하됐음을 뜻한다.인도 루피화 가치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내려앉는 등 신흥국 화폐 가치가 불안한 모습을 보인 가운데 4일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6.9174까지 치솟으면서 심리적 지지선인 6.9를 뚫고 올라왔다.역외 위안/달러 환율이 6.9를 돌파한 것은 지난 8월 16일 이후 한 달 반 만에 처음이다.5일 오후 4시 11분(현지시간) 현재 역외시장 위안/달러 환율은 6.9028을 나타내고 있다.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미중 무역이 격화하면서 8월 중순 중국 당국이 설정한 마지노선인 7선까지 위협한 바 있다.이후 인위적인 위안화 평가절하를 하지 않겠다는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의 하계 다보스포럼 기조연설 발언을 계기로 위안화 환율은 다소 안정세를 되찾는 듯했는데 이번에 다시 가파른 상승세로 돌아선 것이다.국경절 연휴 직전 거래일인 지난달 28일 중국 외환시장에서 위안/달러 환율은 6.8688로 마감했다./연합뉴스
10월 증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책 행보와 미국 환율보고서에 좌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2670억달러 추가 수입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밝혔다.앞서 미국은 지난달 24일 2000억달러 규모 중국산 수입품에 10% 추가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이로 인해 미국의 관세 부과 대상은 2500억달러로 확대됐다. 이는 지난해 미국의 중국산 전체 수입 규모인 5055억달러의 절반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이에 더해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보복 조치가 따른다면 나머지 2670억달러 규모를 즉각적으로 부과하겠다고 엄포를 높은 상황이다. 추가 관세가 부과된다면 중국에서 만들어져 미국에서 소비 및 판매되는 대부분의 제품에 사실상 관세가 붙는다. 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공언한 2670억달러의 관세 여부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최근 미국과 중국이 무역갈등을 넘어 군사갈등 가능성까지 부각되면서 우려감은 더욱 커지는 중이다.한지영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미국 국방장관의 방중 취소 계획도 밝혀지는 등 미·중 간의 무역갈등뿐만 아니라 군사갈등 우려가 커지면서 위험회피심리가 강화되고 있다"며 "지난 2일에는 국내 증시뿐만 아니라 홍콩(-2.38%), 대만(-1.20%), 인도네시아(-1.16%) 등 아시아 주요국 증시가 대부분 약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다만 전문가들은 트럼프 정부의 대중 추가 관세 정책이 구체화되기 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남은 2670억달러 중 70%는 대부분 소비재에 집중되어 있어서다. 미국의 중국산 수입품목 대부분이 소비재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최후의 관세 부과 발표는 미국에게도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이재선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해당 관세가 발효될 시 모바일폰, 랩탑, 컴퓨터 등 소매 관련 품목의 관세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실제로 소매 판매협회, 미국 정보기술(IT) 기업들의 반발이 심하다"고 전했다.미국 소매판매 협회에 따르면 올해 소매판매 성장세는 전년 동기 대비 최대 5% 상승하며 2012년 이후 최대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미국 내수시장이 성장이 두드러지고 있는 현재 시점에 트럼프 대통령이 경기를 위축시키는 결정을 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이 연구원은 "미국은 국내총생산(GDP) 세부항목 중 소비 기여도가 70% 가량으로 비중이 크다"며 "GDP 호조를 본인의 무기로 내세우는 트럼프 대통령이 소비심리를 위축시키는 것은 본인 스스로에게도 부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오는 15일 전후 발표될 예정인 미국 재무부의 하반기 환율보고서도 10월 증시 방향을 결정할 수 있는 요인이다. 특히 이번 환율보고서에서는 중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전망이 나와 시장 참여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환율보고서 발표를 앞두고 환율조작국 이슈에 민감한 관찰 대상 국가들의 통화는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는 경향이 있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10월 미국 재무부 환율 보고서가 공개될 예정이라 여느 때보다 무역 문제에 민감한 미국 입장을 고려하면 주요 교역 상대국의 통화가치 절상 압력이 가시화할 소지가 다분하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위안화를 따라 원화도 강세 압력을 나타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경우엔 국내 증시의 외국인 수급이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 이재선 연구원은 "국내 증시는 환차익 매력도와 더불어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매력 또한 겸비하고 있다"며 "10월 미국의 환율보고서를 앞두고 위안화 약세 가능성이 낮다면 중국 관련 소비주에게는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JP모건, 연말 달러당 7.01위안, 내년 9월 7.19위안 전망위안화 6개월 연속 약세, 1992년 이후 최장미중 무역전쟁이 점차 확산하는 가운데 조만간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 대상이 중국산 수입품 전체로 확대되고 그 여파로 위안화는 10여 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1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JP모건체이스의 존 노먼드 등 전략가들은 보고서에서 위안화가 달러당 7위안을 깨고 약세 행진을 계속할 것으로 봤다.JP모건의 위안화 환율 전망치는 올 연말 달러당 7.01위안, 내년 9월 7.19위안이다.달러 대비 위안화가치가 2008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진다는 것이다.위안화는 지난주 역내 거래에서 달러당 6.87625위안에 거래를 마쳤다.JP모건은 미국이 내년에 모든 중국산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새로운 기준치를 도입해 이를 바탕으로 위안화 환율을 전망했다고 설명했다.이 투자은행은 중국의 부양정책 등으로 양국의 성장률 전망이 큰 영향을 받지는 않겠지만 "약해진 위안화가 새로운 균형의 한 부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중국 인민은행이 무역 피해에 대응해 통화 완화 정책을 펼 것이지만 위안화 하방 압력에 크게 개입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JP모건은 분석했다.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한 애널리스트들의 위안화 전망치 중간값은 연말까지 달러당 6.70 위안으로 강세를 보일 것으로 나타났다.도이체방크는 위안화 약세를 전망하는 쪽으로 내년에 달러당 7.4 위안까지 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달러 대비 위안화가치는 지난달까지 6개월 연속 하락했는데 이는 1992년 이후 최장 기간이다.위안화는 3분기에 3.95% 하락했고 4월 이후로는 9%가량 떨어졌다.이는 중국의 수출품 가격을 떨어뜨려 무역전쟁의 피해를 상쇄하는 데 도움이 됐다.위안화 약세는 아시아 여러 신흥국 통화까지 끌어내릴 것이라고 JP모건은 전망했다.JP모건은 또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흐름 속에 중국의 완화적 통화 정책으로 미국 달러의 위안화 대비 수익률이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한편 이코노미스트인 앤디 셰도 CNBC 방송에서 미국이 올 연말 모든 중국 수입품에 25% 관세를 물리겠다는 위협을 행동으로 옮긴다면 달러 대비 위안화가치가 10% 추가 하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그는 수출업체들이 관세를 피해 중국 밖으로 빠져나갈 수 있으므로 중국이 이를 막을 것이라면서 "환율은 새로운 현실을 반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