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자산가가 주로 투자하는 헤지펀드(사모펀드) 시장에서 주가연계증권(ELS) 복제 펀드가 인기를 끌고 있다. ELS 상품과 운용구조와 수익구조가 비슷하지만, 배당소득세를 내지 않아도 되는 상품이다. 일반 금융상품과 달리 주식과 장내 파생상품으로 얻은 매매차익에는 과세하지 않는다는 점을 활용했다.

ELS와 판박이, 배당소득세 '0'… ELS 복제 펀드에 '큰손' 몰린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아름드리자산운용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지난달 말까지 내놓은 ELS 복제 펀드 89개에 약 3800억원이 모였다. 아름드리자산운용은 지난해 2월 설립된 신생 운용사지만 ELS 복제 사모펀드인 ‘가우스 펀드’ 출시 후 헤지펀드업계에서 설정액 기준 20위권으로 단숨에 뛰어올랐다.

아름드리자산운용의 가우스 펀드는 ELS와 수익구조가 비슷하다. 코스피200지수와 종목 1개를 기초자산으로 삼는다. 종목은 상품 출시 시점의 개별 종목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을 감안해 펀드마다 다르게 선정한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포스코 등 선물 거래가 활발한 대형주를 주로 고른다. 기대수익률은 연 4%가량이다. 운용기간은 3년이지만 4~6개월마다 한 번씩 조기상환받을 수 있다. 한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는 “ELS 상품보다 기대수익률은 높지 않지만 세금이 없다는 점에 매력을 느낀 기존 ELS 투자자들이 주로 옮겨갔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코스피200지수와 삼성전자를 기초자산으로 한 펀드가 있다고 가정하자. 가입 6개월 후인 조기상환 평가일에 코스피200지수와 삼성전자 주가가 5% 이상 떨어지지 않으면 연 환산 기준 4% 정도를 이자로 받을 수 있다. 만약 둘 중 하나가 5% 이상 떨어졌다면 다음 6개월 뒤에 다시 조기상환받을 수 있는지를 평가한다.

ELS에서 얻은 소득은 배당소득으로 분류돼 15.4%가 원천징수된다. 여기에 배당소득이 2000만원을 넘으면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자가 된다. 반면 ELS 복제 사모펀드는 주식과 장내 파생상품을 담은 펀드로 분류돼 세금이 붙지 않는다.

아름드리자산운용 펀드가 인기를 끌자 다른 운용사에서도 비슷한 유형의 상품을 내놓고 있다. 신생 운용사인 지큐자산운용은 지난달 ‘지큐 ELS복제 실적배당’을 선보였다. 한 증권사 프라임브로커서비스(PBS) 담당 임원은 “헤지펀드업계가 커지면서 특색 있는 상품을 내놓지 않으면 운용사가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며 “한동안 헤지펀드 시장에서 채권형 레포(repo)펀드가 인기를 끌자 여러 운용사가 뛰어들었던 것처럼 ELS 복제 펀드도 관심을 보이는 신생 운용사가 많다”고 말했다.

주의할 점은 펀드이기 때문에 ELS 운용 손실이 투자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것이다. ELS는 운용 손실이 나도 애초에 약속한 조건을 만족하면 증권사가 투자자에게 원금과 이자를 지급해야 할 의무가 있다. ELS 복제 펀드는 운용 손실이 나면 펀드에 가입한 사람이 손실을 떠안아야 한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