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하반기 탄력 잃어가는 IPO 시장, 종목별 옥석가려야"
하반기 들어 기업공개(IPO) 시장이 탄력을 잃어가고 있다. 하반기에 상장한 종목들의 수익률이 낮아지고, 상장이 지연되거나 철회하는 대어급 회사들도 나와서다. 공모가가 낮더라도 분기 실적 개선이 확인 또는 예상되는 종목별로 옥석을 가려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시장 최대어인 카카오게임즈는 지난 6월 예비심사 승인을 받았지만, 회계 감리 절차가 지연되면서 상장이 지연되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공모 규모가 2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는 현대오일뱅크도 금융감독원의 회계감리로 절차가 지연되고 있다.

철회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 4월 SK루브르컨츠에 이어 HDC아이서비스도 지난 12일 코스피 상장을 자진 철회했다. 기관투자자들이 희망공모가(8300~1만700원)에 못 미치는 가격을 제시해서다.

이지훈 SK증권 연구원은 "대어급 상장이 계속 지연된다면 올해는 5년래 처음으로 1조원 이상 공모금액을 기록한 기업이 전무한 한 해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특히 코스닥시장에선 올해 하반기부터 상장 후 수익률 부진의 폭이 크고, 수익률이 부진한 기간이 길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4월 이후 상장한 코스닥 21개 종목들 중 8개 종목은 현재 공모가를 하회하고 있다.

아이큐어의 전날 종가는 4만4550원으로 공모가(6만5000원)보다 31.53%나 떨어졌다. 에이피티씨도 공모가에 비해 20.11% 하락했으며 액트로도 공모가(2만원)보다 16.75% 빠진 1만6650원을 기록했다.

김동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공모가 부담(코스닥 벤처펀드), 대외 불확실성 증대 등으로 코스닥 포스트 IPO 종목들의 수익률은 과거보다 유독 저조했다"면서도 그러나 "가격 조정, 대외 불확실성에 대한 시장의 내성, 금리 상승세 둔화 등을 고려할 때 투자심리 개선이 기대되기 때문에 포스트IPO 종목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2015년 이후 포스트 IPO 종목들의 월별 평균 수익률도 3분기말부터 개선되는 모습을 이어왔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수요예측 부진으로 낮은 공모가가 형성됐지만 상장 후 주가가 오른 경우도 있다. 지난 1월 상장한 SG 공모가는 6000원으로, 희망공모가밴드 6300~7200원를 하회했다. 하지만 SG의 전날 종가는 1만3250원으로 두 배 넘게 올랐다.

지난 3월 상장한 에코마이스터도 희망 공모가로 6000~8500원을 제시했지만, 하단에 못 미치는 5200원으로 공모가를 확정했다. 에코마이스터의 전날 종가는 1만4400원으로 공모가 대비 3배 가까이 올랐다.

바이오 등 성장주와 최근 공모가가 낮게 책정된 종목들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판단이다.

김 연구원은 "코스닥 포스트 IPO 관심종목으로 클래시스 아이큐어 엠코르셋 JTC를 제시한다"며 "클래시스는 스팩 합병상장이지만 양호한 분기 실적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나머지 종목은 상장 후 충분한 가격 조정, 개별 성장 모멘텀을 고려할 때 향후 양호한 주가 흐름이 기대된다"고 조언했다.

이달 들어 한국거래소는 아시아나IDT와 CJ CGV베트남이 심사승인을 통보했다. 코스닥시장에선 첫 성장성 평가 특례상장을 진행하는 셀리베리가 심사승인 통보를 받았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