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이 어려운 보안 기술인 블록체인 분야에서 올해 특허를 가장 많이 확보한 기업은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중국 기업이 블록체인 특허를 많이 보유한 세계 100대 기업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중국 지식재산권 조사업체 아이피알데일리가 4일 내놓은 ‘2018 글로벌 블록체인 특허 기업 톱100’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까지 알리바바는 90건의 블록체인 특허를 출원해 1위에 올랐다. 알리바바는 지난 2월 공개된 순위에서도 49건의 특허로 1위를 차지했다. 특허 건수는 중국 미국 일본 유럽 한국 등 5개국의 특허 데이터베이스와 국제지식재산권기구(WIPO)의 국제특허시스템을 조사해 집계한 것이다.알리바바는 최근 공격적으로 블록체인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지난 6월 홍콩과 필리핀 거주자를 대상으로 세계 최초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국제 송금서비스를 시작했다. 블록체인을 이용해 음식료품의 공급망을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개발하고 있다. 알리바바에 이어 미국 IBM이 89건의 특허를 보유해 2위를 차지했다. IBM은 세계 최대 해운사인 덴마크 머스크와 손잡고 블록체인을 활용한 물류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최대 신용카드 네트워크를 가진 마스터카드가 80건,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53건의 특허를 보유해 3위와 4위에 올랐다.블록체인 특허 출원이 활발한 100위권 이내 기업에는 중국 기업이 절반 이상 포함됐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44개의 특허를 확보해 5위에 오른 것을 비롯해 정보기술(IT) 기업 텐센트가 8위를 차지했다.한국 기업으로는 가상화폐 거래소를 운영하고 있는 코인플러그가 41개의 특허를 보유해 7위를 기록했다.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
한국판 ‘특허괴물’이 글로벌 기업을 상대로 공격하는 일이 일어났다.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이 출자해 만든 특허관리전문회사 펀드인 KDB인프라IP캐피탈펀드가 팬택의 독자기술을 인수해 미국 애플을 상대로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했다. 이 펀드가 당초 해외 특허괴물을 방어할 목적으로 출범했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이번 공격은 그 자체로 반전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해외 특허괴물의 ‘먹잇감’이 돼 온 국내 기업들이 이번 사건을 예의 주시하는 분위기다.해외 특허괴물이 국내 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미국 내 특허소송만 지난 1분기에 36건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두 배로 늘어났다. 과거 삼성전자에 집중되던 소송이 최근 LG전자 등으로 확산하고 있는 점도 새로운 특징이다. 이대로 가면 다른 대기업은 물론이고 중소·중견기업이 해외 특허괴물의 사정권에 들어가는 건 시간문제로 보인다. 이렇게 공격에 노출되다 보니 특허괴물에 대한 국내 기업의 인식이 좋을 리 없다.하지만 대량의 특허권을 사들여 소송 및 특허사용료(로열티) 계약을 통해 수익을 얻는 특허괴물은 엄연한 ‘특허 비즈니스 모델’의 일종이고, 선진국에서는 ‘특허관리전문회사(NPE)’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아쉽게도 국제특허출원 건수에서 세계 5위(2016년 기준)를 달리는 한국에서는 이런 특허관리전문회사를 찾아보기 어려웠던 게 현실이다. 그만큼 특허관리가 전문적이지 못하고 국내 관련 시장도 취약하다.치열해지는 글로벌 지식재산 전쟁에서 생존하려면 특허관리가 더욱 전문화되고 고도화돼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한때 정부가 민간기업들의 출자를 받아 직접 특허관리전문회사를 출범시키기도 했지만, 이런 방식으로는 글로벌 기업의 공격을 막아내기 어렵다. KDB펀드의 진화가 보여주듯이 금융계·산업계 주도 특허관리전문펀드 형태가 훨씬 효과적인 대응방법이다. 국내 기업이 보유한 특허가 선진국 특허괴물의 손으로 헐값에 넘어가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특허관리전문회사가 더욱 많아져야 한다. 중국으로의 기술유출까지 더해지는 최근 상황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