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환 마켓인사이트부 기자)

얼마전 인터넷 농구 정보 커뮤니티를 찾아보다 인수합병(M&A)을 주제로 한, 스포츠계에서 보기 드문 뉴스를 발견했습니다. 바로 미국프로농구(NBA) 역사상 3번째로 많은 득점을 한 전설적 가드 코비 브라이언트(Kobe Bryant)가 3대 주주로 있던 고기능성 스포츠음료 회사 ‘바디아머’(Body Armor)에 코카콜라가 투자하며, 코비가 30배가 넘는 투자 ‘대박’을 이뤄냈다는 뉴스였습니다.



2013년, 코비는 당시 3년차 스타트업으로 연매출액이 1000만 달러에 불과했던 바디아머에 600만 달러(지분 10%)를 투자했습니다. 당시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한해를 거의 통째로 날린 그는 재활과정에서 바디아머를 접했고, 효능을 느껴 투자를 결심하게 됐다고 합니다. 투자 직후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코비는 “바디아머는 매우 파괴적일 수 있다”며 “(게토레이와 파워에이드로 양분된 스포츠음료시장은)혁신 없이 지루해졌다”고 밝혔습니다.



그로부터 5년만인 올해 8월 코카콜라는 바디아머의 지분을 인수하며 창업자 마이크 르폴(Mike Repole)에 이어 2대 주주로 올라섰습니다. 구체적인 투자액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바디아머의 기업가치는 현재 20억달러로 평가됩니다. 10% 지분을 가진 대주주 코비의 지분 가치 역시 5년만에 600만달러에서 2억달러로 뛰었습니다. 코비는 20년간 선수생활을 하며 벌어들인 연봉 3억2800만 달러의 60%가 넘는 거금을 투자 한번에 벌어들인 셈입니다.



코카콜라의 바디아머 투자는 갑자기 ‘툭’하고 튀어나온 이야기가 아닙니다. 바디아머 창업자 마이크 르폴이 1990년대 후반 스물여덞살의 나이로 글라쏘 비타민워터(Glacéau vitaminwater)를 공동 창업합니다. 심플하면서도 개성있는 플라스틱병에 담긴 형형색색의 제품으로 국내에서도 인기를 끈 바로 그 음료입니다. 단 2명이 시작한 회사는 10년만에 직원수 600명의 기업으로 성장합니다. 그리곤 2007년 코카콜라는 이 회사를 무려 41억달러에 인수합니다.



바디아머는 글라쏘 엑싯(투자회수)로 억만장자가 된 르폴의 두 번째로 세운 음료업체입니다. 르폴은 오랫동안 게토레이와 파워에이드로 양분된 시장에 염증을 느끼고, 보다 몸에 좋은 스포츠음료를 원하는 소비자들의 니즈(수요)를 읽었습니다. 바디아머의 음료는 경련 예방에 도움을 주는 칼륨 등 미네랄이 풍부한 코코넛 워터를 기반으로 만들어집니다. 에너지 넘치는 이미지를 위해 경쟁사들이 쓰는 인공색소도 들어가지 않습니다. 코비 브라이언트를 비롯해 제임스 하든(농구), 론 그론코우스키(미식축구), 더스틴 존슨(골프)등 최고의 스포츠 스타들이 바디아머의 음료에 매료된 이유입니다.



코카콜라가 바디아머 투자에 나선 이유는 스포츠음료업계 부동의 1위인 게토레이를 이기기 위해섭니다. 코카콜라는 제품간 차별성이 떨어지는 스포츠음료 시장에서 일종의 ‘하이엔드’(고품질) 브랜드로 바디아머를 키우는 전략으로 게토레이의 아성을 깨려 합니다. 게토레이는 경쟁자인 펩시코(펩시콜라)의 스포츠음료 브랜드입니다.



하지만 펩시코도 가만히 있진 않았습니다. 바디아머 뉴스가 전해진지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은 지난 20일 펩시코는 이스라엘의 가정용 탄산수 제조기업체 ‘소다스트림’을 32억 달러에 인수했다고 발표합니다. 탄산음료를 팔아 성장한 회사가 이젠 소비자들이 집에서 탄산음료를 만들어 마실 수 있도록 돕는 셈입니다.



일반적으로 음료산업은 국내에선 다른 산업군에 비해 인수합병(M&A)가 활발하지 않은 분야로 꼽힙니다. 제아무리 새로운 제품이러다도 기술을 따라잡기가 비교적 용이하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미국에선 일주일이 멀다하고 음료기업들의 투자 소식이 들려옵니다. 한때 코카콜라와 게토레이가 그랬고, 지금은 바디아머가 보여줬듯 결국은 ‘혁신’이 일어나는 곳에 돈이 몰리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인듯 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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