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보따리상이 '매출 효자'… 시내면세점 내국인 비중 적어 '출혈 경쟁' 적을 듯
올 상반기 면세점 매출은 작년 대비 47%가량 높은 성장세를 계속하고 있다. 따이궁 수요가 이어지고 있는 점이 주 요인이다.

국내 면세점에서 보따리상 수요가 크게 증가한 것은 여러 이유가 있다. 먼저 중국 내에서 글로벌 브랜드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 에스티로더와 로레알 등 글로벌 브랜드들의 작년 실적발표를 보면 중국 지역 성장률이 크게 상승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동북아시아에서 글로벌 화장품 회사의 신제품을 가장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곳이 한국 면세점인 점도 원인이다. 거리가 가깝기 때문에 경비도 가장 적게 든다.

중국 내 여행사의 따이궁 여행상품도 보따리상의 수요를 늘리고 있다. 여행사들은 패키지 관광객 공백을 채우기 위해 따이궁 상품을 만들었고, 면세점으로부터 받은 알선수수료(매출의 약 20%)의 상당 부분을 따이궁에게 지불한다. 따이궁으로선 이전보다 더욱 큰 시세 차익을 기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결국 따이궁 수요의 지속 여부가 향후 면세점 업황의 핵심이다. 따이궁 자체가 중국에서 불법이기 때문에 불확실성의 요인이 된다. 시장에서 우려하는 가능성은 세 가지 정도다.

첫째 중국 통관의 검열 강화에 따른 수요 위축 가능성이다. 이건 큰 문제가 되기 어렵다. 중국 정부의 따이궁에 대한 규제 의지는 ‘짝퉁(가짜상품)’으로 인한 소비자 불만에 있다. 면세 상품은 이런 가짜물건에 대한 우려가 없다. 중국 소비자들이 한국 면세점 제품을 선호하는 이유도 짝퉁 우려가 없어서다. 면세점 따이궁이 중국 통관 규제에 의해 위축될 가능성은 낮다.

둘째로 유명 화장품 업체들의 자체적 판매규제다. 면세점 업계에서 따이궁 수요로 인한 화장품 연 매출 규모는 약 3조원으로 추산된다. 이 중 글로벌 브랜드는 2조원 내외로 추산되고, 중국 현지 고급 화장품 유통의 20% 수준에 달한다. 금액이 워낙 커서 최근 글로벌 브랜드 업체들이 판매규제를 강화하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세 번째로 중국 패키지 관광객 회복에 따른 여행사들의 고객 전환이다. 여행사는 수수료를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패키지 관광객을 따이궁보다 더 선호한다. 중국에서 한국을 찾는 관광객이 다시 늘어나면 여행사들은 따이궁 투어 상품을 줄일 것이다.

두 번째와 세 번째 이슈 역시 큰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중국 소비자들의 글로벌 럭셔리 화장품에 대한 전체 수요가 늘고 있어, 따이궁들의 국내 진출 역시 계속될 수 있다. 글로벌 브랜드 업체의 판매규제는 중국 현지와 한국 면세점 채널 사이 매출비중 조절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여행사 투어 상품의 교체도 면세점으로선 고객이 달라지는 것일 뿐 매출이 줄어들지는 않는다.

현재 국내 면세점 업계에선 롯데호텔을 비롯해 호텔신라, 신세계 등 빅3 업체가 경쟁하고 있다. 시장에선 경쟁이 과열될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지난해 면세점 업계 1위인 롯데호텔의 시내 면세점 시장점유율은 약 10%포인트 하락했다. 이를 회복하는 데 역점을 둘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업계의 우려만큼 경쟁 강도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 시내 면세점 매출 중 내국인 비중이 낮아 내국인 대상의 면세점 마케팅비가 크게 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면세점 3사 모두 내국인 매출 비중은 20% 내외에 불과하다. 중국 여행객의 국내 필수 코스인 서울 롯데호텔 소공동 면세점에 가보면 중국인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작년 말 롯데에 대한 중국 정부의 보복조치가 풀린 뒤 특별한 비용을 쓰지 않아도 롯데호텔은 실적 회복이 기대되고 있다. 롯데호텔이 내년 기업공개(IPO)를 준비하는 점도 경쟁 강도가 낮을 것으로 보는 이유다. 지난해 840억원 적자를 낸 상황에서 비용을 늘릴 여건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올해 면세점산업은 꾸준히 성장할 것이고 국내 개별업체들도 좋은 실적을 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 따이궁 규제에 따른 매출 저하나 출혈 경쟁으로 인한 면세점 업체들의 실적 부진 가능성은 기우다. 중국의 해외 여행객은 계속 늘고 있고, 한국으로 입국하는 수도 늘어날 것이다. 대체로 한 국가의 해외 여행객 지역 비중은 거리에 반비례한다. 면세점업은 글로벌 브랜드 업체를 끌어올 수 있는 입점 능력과 높은 구매력이 전제돼야 하므로 진입장벽이 높은 업종이다. 현재 백화점 시장의 과점화와 비슷하게 경쟁 체제는 안정화됐다. 올해 면세점업은 무리한 경쟁과 투자로 소진한 체력을 회복하는 투자 회수기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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