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로저스 로저홀딩스 회장(오른쪽)이 구성훈 삼성증권 사장과 악수하고 있다. /삼성증권 제공
짐 로저스 로저홀딩스 회장(오른쪽)이 구성훈 삼성증권 사장과 악수하고 있다. /삼성증권 제공
한국을 방문한 짐 로저스 로저홀딩스 회장 명함에는 한글로 이름이 적혀 있다. ‘상품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그의 관심은 요즘 한반도에 쏠려 있다. 북한이 경제를 개방하면 과거 중국처럼 빠른 속도로 성장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로저스는 수년 안에 최악의 글로벌 금융위기가 올 것이라고 예상하면서도 한국은 북한 경제 개방 덕에 타격이 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로저스는 2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2018 삼성증권 글로벌 인베스트 포럼’ 참석차 한국을 방문했다.

◆“내 인생 최악의 금융위기 올 것”

로저스는 “내 인생 최악의 증시 조정이 수년 안에 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942년생이다. 1973년 제1차 오일쇼크, 2000년 닷컴 버블 붕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숱한 조정을 겪었다. 세계적으로 부채가 과도하게 늘었다는 게 그가 금융위기를 예상하는 근거다. 로저스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세계 곳곳에서 정부부채뿐 아니라 회사채 가계부채 등이 크게 늘었다”며 “세계 도처에 쌓인 빚이 금리 인상을 견디지 못하고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글로벌 증시 약세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는 게 로저스의 분석이다. 그는 “양국 관계가 악화될수록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오히려 더 강수를 두면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할 것 같아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최악의 금융위기가 온다고 해도 한국 시장은 상대적으로 충격이 작을 것이라는 게 로저스의 진단이다. 북한의 경제 개방이 완충재 역할을 해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로저스는 “과거 독일 통일 때 동독 주변국은 대부분 부유하지 않았기 때문에 투자가 크게 이뤄지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반면 북한은 주변에 중국 한국 러시아 등 투자 여력이 충분한 국가들에 둘러싸여 있다”며 “주변국 투자로 북한 경제가 빠르게 성장할 것이며, 그 과실은 한국이 가장 많이 가져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가 “앞으로 10~20년 동안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는 지역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는 이유다.

◆“개방 초기엔 관광업 수혜”

북한 경제 개방 초기에는 관광업이 가장 빠르게 수혜를 입을 것으로 봤다. 로저스는 “북한은 80년가량 베일에 싸여있었다”며 “많은 사람이 북한이 어떤 나라인지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증시에서 대한항공에 투자한 것도 관광산업이 활성화되면 항공주가 오를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그는 통일비용이 통념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로저스는 “일각에서는 통일에 상당히 큰 비용이 들 것이라고 예상하지만 남북한 모두 군비지출이 줄기 때문에 오히려 비용이 절감되는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유망한 투자자산으로는 농산물을 점찍었다. 로저스는 “농산물 가격 저평가가 오랜 기간 이어지고 있다”며 “주가가 떨어지고 경기가 침체돼도 농산물 가격이 더 떨어지기는 힘들다”고 전망했다. 친환경산업도 유망한 투자처로 꼽혔다. 그는 “중국 정부는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규모 자금을 집행할 것”이라며 “중국 정부 정책의 수혜를 입을 수 있는 업종에 투자할 만하다”고 설명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