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에서 주요 지수는 미국의 중국기업 투자제한 조치 도입 가능성 등 무역전쟁 우려가 한층 커지면서 급락했다.

25일(미국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328.09포인트(1.33%) 하락한 24,252.80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37.81포인트(1.37%) 내린 2,717.07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160.81포인트(2.09%) 하락한 7,532.01에 장을 마감했다.

다우지수는 지난 5월 4일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고, 200일 이동평균선도 하회했다.

시장은 갈수록 악화하는 미국과 주요국의 '무역전쟁'이 실물 경제의 현실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 사로잡혀 있다.

국제유가가 이날 재차 반락한 점도 투자 심리를 훼손했다.

미국이 중국기업의 미국 핵심 기술 산업 투자를 제한하는 조치를 내놓을 것이란 점이 알려지면서 주요 기술주 주가가 일제히 폭락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은 미국 정부가 이번 주말 중국 지분이 25% 이상인 기업을 대상으로 '산업적으로 중요한 기술'에 대한 투자를 제한하는 규정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투자제한 조치는 중국에만 국한되지 않고 우리의 기술을 훔치려는 모든 국가에 적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알파벳과 애플,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핵심 기술주 주가가 줄줄이 급락했다.

무역전쟁의 여파가 다수 기업 경영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소식도 연달아 나왔다.

지난주 독일 다임러가 관세를 이유로 실적 전망을 하향 조정한 데 이어 이날은 미국 고급 오토바이 업체 할리 데이비드슨이 유럽연합(EU)의 무역관세로 연간 1억달러 가량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할리 데이비드슨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외 생산 규모를 늘리겠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을 무역정책을 밀어붙이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 번 피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말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미국산 제품에 대한 인위적인 무역장벽이나 관세를 부과하는 모든 나라에 장벽 및 관세를 철폐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며 "그렇지 않으면 미국의 '상호호혜적인' 대응 이상을 맞닥뜨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무역은 공정해야 하며, 더는 일방통행은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날 장 마감 직전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은 미 경제방송 CNBC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에 대한 투자제한 조치 부과 계획이 없다는 발언을 내놨다.

이에 따라 장중 500포인트 가까이 급락했던 다우지수는 낙폭을 다소 줄였다.

난민 정책을 둘러싼 유럽 주요국 갈등 등 불안정한 유로존의 정치 상황 역시 투자 심리 위축 요인이 됐다.

지난 주말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 등 16개국 정상이 비공식 정상회의를 열고 난민 문제를 협의했지만, 구체적인 합의를 내놓지 못했다.

특히 독일에서는 난민 정책 이견으로 대연정이 붕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밖에 지난주 후반 산유국의 증산 규모에 대한 안도로 급등했던 국제유가가 이날 재차 반락한 점도 증시에 악영향을 미쳤다.

이날 8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0.50달러(0.7%) 하락한 68.08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이날 종목별로는 AMD 주가가 4.4%, 아마존 3.1%, 마이크로소프트(MS)가 2% 각각 하락했다.

애플 주가도 1.5% 떨어졌다.

할리 데이비드슨 주가는 6%가량 급락했다.

이밖에 이날 산업용 엔진 사업부를 32억5천만 달러에 사모펀드에 매각한다고 밝힌 GE 주가는 2.3% 떨어졌다.

업종별로는 기술주가 2.28% 떨어졌고, 에너지주도 2.20% 내렸다.

소재 분야도 1.46% 하락했다.

반면 필수 소비재는 0.44% 올랐다.

이날 발표된 경제지표는 혼재됐다.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은 5월 전미활동지수가 마이너스(-) 0.15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 지수는 3월 0.32에서 4월 0.42로 상승세를 이어왔다.

반면 댈러스 연은은 6월 기업활동지수가 전월 26.8에서 36.5로 올랐다고 밝혔다.

상무부는 5월 신규 주택판매가 전월 대비 6.7% 증가한 연율 68만9천 채(계절조정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WSJ이 집계한 전문가들 전망치는 0.9% 증가한 66만8천 채였다.

뉴욕증시 전문가들은 각국의 무역정책 대립이 결국 합의점을 찾을 것이란 낙관론이 강했던 점이 증시에 더 과격한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비어드의 윌리 델위치 투자 전략가는 "무역정책 관련 낙관론이 널러 퍼져있었던 만큼 비관적 상황에 대한 대응 여력이 거의 없다"며 "이에 따라 투자자들이 우선 주식을 팔고 보는 상황이다"고 진단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FF 금리선물 시장은 올해 9월 25bp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74.4% 반영했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서 변동성지수(VIX)는 전 거래일보다 26.80% 급등한 17.46을 기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