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시세조정, 미공개 정보이용 등 불공정 거래 행위자의 계좌를 동결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또 불법으로 기업을 인수한 뒤 이른바 ‘먹튀(수익을 취한 뒤 즉각 매각)’를 저지른 기업 사냥꾼은 상장사 임원이 될 수 없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하기로 했다. ‘주식 범법자’들이 다시 주식시장에 진입해 재범을 저지르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자 특단의 대책 마련에 나섰다는 평가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은 최근 자본시장연구원, 한국금융연구원 등에 자본시장 불공정 거래 전력자에 대한 계좌동결권 도입 방안 연구 용역을 맡겼다. 금융위는 연내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불공정거래 범법자 계좌 동결된다
금융위가 불공정거래 행위자의 계좌 동결을 추진하고 나선 이유는 이들이 반복적으로 기업과 시장을 휘젓고 투자자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고 판단해서다. 2011~2017년 금융당국으로부터 불공정 거래 행위로 제재받은 법 위반자 725명 중 2회 이상 법을 위반한 사람은 116명(16%)으로, 위반 건수는 289건에 달한다. 2회 이상 전력자 중에서 3회 이상 법을 위반한 사람은 32명으로 28%를 차지했다.

여러 계좌 동결 방안 중 가장 유력한 것은 증권선물위원회 조치 사항에 계좌동결을 포함하는 안이다.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선 금융당국에 불공정거래 혐의가 포착되는 즉시 계좌를 동결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혐의만으로 거래를 막을 경우 재산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견해가 많다. 금융당국 조사로 불공정 거래 혐의가 어느 정도 입증돼 증선위 제재에 들어간 단계에서 증권 거래를 할 수 없도록 막는 게 현실적이라는 지적이다.

불공정 거래 혐의로 증선위로부터 ‘계좌동결’ 제재 조치를 받으면 증권 관련 계좌가 동결되고 현안의 경중에 따라 5년에서 20년까지 증권 거래를 할 수 없게 된다. 검찰 조사 후 최종 법원 판결에서 유죄가 나오면 계좌 동결을 유지하고, 무혐의가 나오면 즉시 풀어준다. 이 같은 계좌 동결 제도는 홍콩, 캐나다 등에서 적용하고 있다.

금융위는 불공정 행위로 제재를 받으면 상장사 임원을 할 수 없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나섰다. 상장사협의회와 코스닥협회 규정에 상장사의 경영진 또는 임원은 불공정 행위에 대한 전력이 없어야 한다는 점을 명시하는 방식을 통해서다.

법조계 관계자는 “지금도 ‘범죄 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검찰이 계좌 동결을 할 수 있지만, 검찰로 사건이 이관되기까지는 사건 발생부터 1년 넘게 걸리는 경우가 많다”며 “행정조치 단계에서 계좌 동결을 할 수 있다면 범법자가 다시 자본시장으로 들어오는 것을 상당 부분 차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