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경제협력에 대한 기대가 무르익으면서 경협 수혜주가 들썩이자 ‘가치주’를 선호하는 자산운용사의 대응도 활발해지고 있다. 이들이 편입한 가치주 상당수가 경협 수혜주로 지목되면서 주가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상당수는 차익 실현으로 대응했지만 일부 경협 관련주는 비중을 확대하는 전략을 썼다. 남북 화해 모드 속에서 실질적인 수혜가 기대되는 대형 사회간접자본(SOC) 관련주다. ‘경협 테마’의 불길이 옮겨붙을 ‘차기 주도주’를 탐색하려는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가치투자 운용사들, 경협株 포트폴리오 재편
◆SOC 수혜주 ‘옥석 가리기’

1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가치투자를 지향하는 신영자산운용은 경협 테마가 주목받은 지난달 태영건설 지분을 확대했다. 이 회사 지분 5.8%를 보유하고 있던 신영자산운용은 지난달 추가로 장내매수해 지분을 6.99%로 늘렸다. 머스트자산운용도 비슷한 시기에 태영건설을 추가로 매수해 보유지분을 8.57%에서 8.92%로 확대했다.

운용사들이 건설주 중에서도 태영건설에 주목한 이유는 과거 이 회사의 개발 경험에 있다. 태영건설은 전주 에코시티, 창원 유니시티 등 군부대 이전부지를 주택용지로 개발했다. 증권가에선 태영건설을 현대건설과 함께 남북경협 수혜 가능성이 높은 건설주로 꼽은 분석 보고서가 나오기도 했다. 실적 대비 주가가 저평가됐다는 분석도 많다. 태영건설의 올해 예상 실적 기준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주당순이익)은 3.75배 수준이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는 태영건설이 2016년 대거 착공한 주택사업이 완료되고 4곳의 신규 사업장을 분양하는 시기”라며 “올해부터 2020년까지 매년 최대 실적을 다시 쓸 기업”이라고 분석했다.

신영자산운용은 지난달 아세아시멘트KCC도 적극적으로 사들였다. 아세아시멘트 보유지분을 5.27%에서 8.72%까지 늘렸다. KCC 보유지분도 5.54%에서 7.03%로 확대했다.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시멘트 기업 중에서도 운송 면에서 내륙사에 비해 경쟁력이 높은 해안사가 우선적 수혜를 볼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세아시멘트는 지난 1월 3대 해안사 중 하나인 한라시멘트를 인수해 해상 운반 경쟁력을 확보했다.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사장은 “남북 경협이 성사되면 도로 철도 항만 공단 등 SOC 투자부터 이뤄질 것”이라며 “가장 직접적이고 우선적으로 영향을 받을 업종이라는 판단에 따라 보유 비중을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치투자 운용사들, 경협株 포트폴리오 재편
◆필수소비재 종목도 발굴

SOC 관련주 이외의 경협 수혜주를 찾기 위한 운용사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허 사장은 “북한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남한의 2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만큼 북한 주민의 의식주 개선 문제가 점차 주요 의제로 떠오를 것”이라며 “의식주와 관련된 필수소비재 종목을 선별해 비중을 늘리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대표도 “대북 테마주로 떠오르진 않았지만 북한의 열악한 식량 사정을 고려할 때 사료 및 식품 제조업체 등이 수혜를 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은 하림 계열사인 동물용 사료 및 식육 조제식품 제조업체 선진 지분을 15.90% 보유하고 있다. 가치주 펀드들이 주가가 급등했을 때 내다판 경협 관련주도 적지 않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은 7.33%를 보유한 운송인프라 업체 다스코 주가가 뛰자 대부분 장내에서 팔았다. 신영자산운용도 전기·통신 공사업체 일진파워 등의 지분을 줄였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