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졸업한 학생이 변호사 자격을 얻기 위해 치르는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22일 최초로 공개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합격률이 20%대에 머문 로스쿨이 여러 곳 확인됐다. 1등과 꼴찌의 합격률은 세 배 넘게 차이 났고, 수도권과 지방 로스쿨의 격차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출신의 합격 점유율은 로스쿨 제도 도입으로 현격히 낮아졌다.
로스쿨 '변시 합격률' 보니… 서울대 78%·원광대 24%
올해 시험 1위 서울대, 꼴찌는 원광대

법무부는 이날 변호사시험 1회부터 7회까지 학교별 합격률을 공개했다. 대한변호사협회가 로스쿨별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공개하라고 법무부를 상대로 낸 정보공개 청구 소송에서 최종 승소해서다.

올해 1월 치러진 7회 시험에서는 서울대(78.65%), 연세대(73.38%), 고려대(71.97%) 등 3개 로스쿨이 합격률 70%를 넘었다. 아주대(68.12%), 성균관대(67.11%), 중앙대(61.84%) 등도 60%가 넘는 양호한 합격률을 기록했다.

반면 제주대(28.41%), 전북대(27.43%), 원광대(24.63%) 등은 합격률 50%를 밑돌았다. 비수도권 로스쿨 중에서는 영남대가 59.79%로 유일하게 합격률 50%를 넘겼다.

변호사시험 전체 평균 합격률은 1회 87.51%에서 7회 49.35%로 급락했다. 매년 합격자 수는 1500명대 후반을 유지하고 있지만 시험을 거듭하며 불합격자 수가 쌓여서다. 불합격자는 최대 다섯 번까지 시험을 치를 수 있다.

7회 누적합격률이 가장 높은 로스쿨은 연세대(94.02%)였다. 졸업생 100명 중 94명이 변호사가 됐다. 서울대가 93.53%로 뒤를 이었고 고려대(92.39%), 아주대(91.90%), 성균관대(90.43%) 순이었다.

SKY 비중 45%→22%

SKY 대학 합격자 비중은 20%대로 크게 감소했다. 최근 5회의 사법시험 합격자(55~59회) 중 SKY 출신 비중은 45.1%였던 반면 변호사시험(3~7회)은 22.5%에 그쳤다. 로스쿨 제도가 사법시험에 비해 다양한 학교 출신의 법조인을 배출했다는 이야기다. 합격률이 공개되자 지방 로스쿨들은 비상이 걸렸다. 변호사시험 합격률은 로스쿨 원장과 교수들의 ‘목줄’이라는 게 로스쿨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일부 지방 로스쿨에서는 낮은 합격률을 이유로 원장이 물러난 사례도 여럿 있다.

변호사시험 합격을 위해 학교 차원에서 전폭적인 지원에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다. 최근 괄목할 만한 합격률을 보여준 아주대 로스쿨이 대표적이다. 이준섭 전 아주대 로스쿨 원장은 “학생 개개인이 목표 점수를 정하도록 하고, 이를 교수들이 일일이 관리해주며 변호사시험에 대비토록 한 게 높은 합격률의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 원장은 “합격률이 공개된 만큼 각 로스쿨이 경쟁을 통해 발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합격률이 공개되면서 이 같은 경쟁은 심해질 수밖에 없다. 로스쿨은 합격을 위한 학원이 아니라는 문제 제기도 자연스레 따른다. 한 지방 로스쿨 교수는 “학교별 합격률을 공개해 줄을 세우면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이라는 기존 취지가 훼손되고 합격을 통한 엘리트 양성이라는 의미만 남게 된다”며 “변호사시험 평균 합격률을 높이는 게 로스쿨 설립 취지를 살리는 길”이라고 지적했다.

“숨은 목적은 변호사 밥그릇”

‘로스쿨 통폐합’을 통해 변호사 수를 줄이려는 대한변협 행보에는 힘이 실리게 됐다. 합격률이 현저히 낮은 지방 로스쿨은 통폐합이나 폐교 등의 조치를 해야 한다는 게 김현 대한변협 회장의 주장이다. 로스쿨 졸업 인원이 줄어야 변호사 배출 인원도 제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기에 따라서는 변호사들의 ‘밥그릇 지키기’로 비칠 수 있다. 한 로스쿨 관계자는 “기득권을 위해 로스쿨 설립 취지를 흔들고 학생들을 3년간 또 다른 입시전쟁에 몰아넣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변호사시험이 어려워지면서 ‘시험을 위한 시험’이 되고 있다는 학생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 로스쿨 학생은 “변호사시험이 난이도 조절을 위해 실무와 떨어진 지엽적인 문제가 많아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