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재무]"경영권프리미엄 주주와 공유해야"
해외 상장기업 인수를 추진하는 국내 기업들이 필자에게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은 최소한의 지분으로 경영권을 확보하는 방법이다. 경영권을 인수하면 소수주주들에게도 ‘같은 가격으로 주식을 팔지’를 묻는 공개매수를 의무화한 해외 여러 나라와 달리 국내는 공개매수로 상장사의 경영권을 확보하는 사례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공개매수가 기업인수·합병(M&A) 수단이 아니라 경영권을 안정시키기 위해 사용되는 경우가 절대다수다. 2010년 이후 M&A 차원의 공개매수는 전무하다. 상장폐지와 지주회사 요건 충족, 기존 경영권 안정을 위한 주식 대량 매집 수단으로만 공개매수가 활용됐을 뿐이다.

지배주주의 지분만 확보하면 상장사 경영권을 인수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환경 때문이다.

유럽은 회사의 경영권을 회사 자산으로 본다. 따라서 경영권 처분으로 발생하는 추가적인 이익, 즉 경영권 프리미엄은 소수주주를 포함한 주주 전원에게 비례적으로 귀속돼야 한다는 기회균등의 원칙을 채택한다. 경영권 지분을 인수할 때 공개매수가 의무화돼 있다.

미국은 공개매수를 의무화하지 않은 대신 지배주주의 주식을 매각할 때 선관 의무에 기초한 제약을 가한다. 이사회는 ‘선관의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소송을 당할 가능성을 없애기 위해 공개매수를 통한 전체 지분 매입을 인수자에게 추천한다.

반면 국내에서는 경영권 행사 주체(오너)만 경영권 프리미엄을 누릴 수 있다. 불특정다수가 경영권 지분을 인수할 때만 공개매수가 강제된다. 인수자는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을 정도의 최소 지분만 매입하면 된다.

현행 공개매수제도는 한국의 경제 성장에 공헌한 창업세대들의 경영권 안정과 관련이 있다. 이 제도는 일감몰아주기 등 지배주주가 경영권 행사를 통해 얻게 되는 사적 혜택의 부작용을 낳고 있다.

과거에는 전체 지분을 사들이는 데 필요한 자금 부담 때문에 의무공개매수제도가 M&A 활성화를 막을 것이란 지적이 많았다. 지금은 사모펀드(PEF)를 포함해 인수자금이 풍부해 이런 우려가 적어졌다. 유럽 국가들처럼 ‘구조조정은 의무공개매수의 예외’로 정하면 구조조정을 어렵게 한다는 지적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다.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에 대한 합의가 여전히 어렵다면 미국처럼 이사회의 선관 의무를 강화하는 등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

경영을 못하면 더 좋은 경영자가 공개매수로 기업을 인수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면 지배구조 개선과 구조조정을 촉진시켜 경제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