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직 러셀 대표. (자료 = 아이알비즈넷)
이강직 러셀 대표. (자료 = 아이알비즈넷)
"코스닥 상장을 통해 국내 매출 다각화,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내 2020년 매출 500억원을 달성할 계획입니다."

이강직 러셀 대표는 27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러셀은 올해 첫 스팩 상장 기업으로 하이제3호스팩과 합병한다.

SK하이닉스 출신 엔지니어들이 2001년 설립한 러셀은 반도체 장비 리퍼비시 전문회사다. 리퍼비시는 고객사 요구에 맞게 반도체 장비를 재구성, 개조 등을 진행하고, 장비의 기능 복원 및 성능 테스트를 포함한 포괄적인 작업을 뜻한다.

러셀은 SK하이닉스나 삼성전자 등 대기업에서 사용하다가 공정 변화로 폐기해야 할 박막증착장비를 재가공해 판매한다. 박막증착장비는 웨이퍼에 절연·보호막을 씌우는 설비로 반도체칩 가공 공정의 필수장비다.

이 회사 김영권 기술연구소장은 "리퍼비시 시장은 반도체 장비에 대한 투자비 절감을 위해 형성됐고, 리퍼비시 장비는 기존 제품보다 가격이 30~50% 저렴하다"며 "신규장비는 납기까지 6~8개월 소요되는 반면 리퍼비시 제품은 3~4개월 정도 걸리는 만큼 빠른 납기로 양산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반도체 생산업체들이 300mm 웨이퍼를 선호하는 추세에도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2016년 300mm 웨이퍼 매출은 108억원으로 200mm(87억원)를 뛰어넘었다. 2020년 반도체 생산업체 중 80%가 300mm 웨이퍼로 전환할 것이라는 게 회사 측 전망이다.

이 대표는 "러셀은 반도체 분야 10년 이상 경력자들을 보유해 300mm 웨이퍼 전환 트렌드도 발빠르게 대응할 수 있었다"며 "반도체 생산업체들이 소품종 다량 생산을 선호해 300mm 웨이퍼를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매출액 361억원, 영업이익 8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영업이익률도 22.1%로 2016년(14.2%)보다 크게 뛰었다. 중고장비 특성상 원재료만 고정비용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매출이 늘어나는 만큼 영업이익이 가파르게 증가한다는 설명이다. 올해 매출액은 411억원, 2020년 엔 매출 500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러셀은 상장 후 식각 공정을 비롯한 신사업에 나서고, 해외 시장엔 현지법인 설립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김 소장은 "식각 공정은 증착 공정과 장비가 유사해 빨리 전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아직까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 의존도가 높아 수혜가 견고하게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원료 업체에 생산 자동화 설비 자체 개발해서 시장에 진입하는 방안도 꾀하고 있다. 이 대표는 "SK하이닉스에 생산 자동화 설비 담당 인원이 1000명에 달한다"며 "일본 반도체 업체는 설비 담당 인원을 외주화해 비용을 줄이고 있어 국내에서도 이러한 수요가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망했다.

현재 33%인 해외 매출 비중도 확대할 계획이다. 중국과 일본 시장에 현지법인 등을 설립해 안정적 매출을 꾀하고, 일본 소니와 같이 직접 거래(직거래)하는 업체 비중을 확대할 계획이다. 그는 "상장 후 일본과 중국의 현지법인을 설치해 매출을 더 확대할 계획"이라며 "해외업체와 거래할 때 딜러들이 10% 가량의 수수료를 떼어가는 만큼 직거래 비중을 늘려 영업마진을 더 높이겠다"고 했다.

또 전체 매출의 46%에 달하는 SK하이닉스 비중을 줄이기 위해 다른 제조업체의 매출도 확대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국내에 SK하이닉스 외 40~50개 거래 업체가 있지만 이들 업체에 큰 신경을 쓰지 못했다"며 "상장 후 담당 인원을 늘려 매출을 다각화해 안정적인 성장을 꾀하겠다"고 밝혔다.

러셀과 하이제3호스팩의 합병비율은 1대13.01이다. 30일 합병을 위한 주주총회를 열 예정이다. 합병 신주 상장 예정일은 5월18일이다. 주관사는 하이투자증권이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