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외국인은 미국 금리 인상 우려와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등에도 불구하고 한국 유가증권시장에서 6조5000억원어치 이상을 순매수했다. 그 덕에 주가가 상승했지만 올 들어 미국 증시가 조정받음에 따라 국내 증시도 냉·온탕을 반복하며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조정을 받던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정보기술(IT) 섹터 내 대형주들은 다시 상승 탄력이 살아나는 분위기다. 반면 셀트리온을 비롯한 바이오 업종은 주가 급등에 따른 고평가 논란이 일기도 했다. 최근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테마섹은 셀트리온 지분을 매각하기도 했다.

화장품, 여행, 엔터테인먼트 등 중국 관련주들은 올 1월까지 상승세를 타다 모멘텀 부족으로 소폭 조정을 보이고 있다. 액화천연가스(LNG)선 발주가 늘면서 현대중공업 등 조선업종의 반등도 눈에 띄는 모습이다. 올해 6월로 다가온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인과 관련된 테마주의 주가도 들썩이고 있다. 기업가치를 무시한 채 단순 기대감에 묻지마식으로 투자하는 것은 투기이고, 그 종착역은 대규모 손실로 이어질 수 있음을 상기할 시점이다.
NH투자증권·미래에셋대우 등 실적대비 주가 수준 '매력적'
현재 유가증권시장의 흐름은 미국 금리인상 기조와 관계가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이 단기적으로 수급의 꼬임을 가져올 수도 있지만 경기 회복의 신호이기도 하다. 2004~2006년 6월 미국은 16번에 달하는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이때 채권형 펀드에서 주식형 펀드로 글로벌 증시 자금이 대규모로 이동했고, 국내 코스피지수도 700에서 2100까지 세 배가량 급등했다. 현재의 증시 상황이 2005년 상황과 여러 면에서 흡사하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이 올해도 2~4회 이어질 전망이고, 코스피지수도 상승 흐름을 이어나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2005년에는 증권주와 은행·건설주가 시장을 주도했다. 올해도 이 같은 현상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중장기적으로 증권·은행·건설업종의 대표주에 꾸준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NH투자증권 등 증권주는 주가순자산비율(PBR·주가/주당순자산)이 1배나 그 미만에 그치고 있다. 실적 대비 주가 수준인 밸류에이션이 매력적이다. 분기별 실적도 호전되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 기업가치 측면에서 NH투자증권을 보면 외국인 투자자가 선호하는 지표인 자기자본이익률(ROE·순이익/자기자본)이 꾸준히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주가도 청산가치로 해석되는 주당순자산(BPS)에 비해 낮아 저평가 국면으로 풀이된다. 이 밖에 미래에셋대우, 유안타증권, 키움증권 등도 증권업종 내 최선호주로 꼽을 수 있다.

자동차·자동차부품 업종 내 기업들도 주가 발목을 잡아온 요인들이 충분히 주가에 반영돼 저평가 상태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실적과 가치가 매력적인 기업들을 중심으로 길게 보고 주가가 조정받을 때마다 주워 담아 느긋하게 중장기 투자하는 전략이 바람직해 보인다.

오재원 프로필(수상 경력)

- 2017년 1, 2, 3분기 수익률 베스트
- 2018년 3월 월간 수익률 베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