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지문의 일등 주도주] (36) 적당한 인플레는 증시에 도움 된다
자본주의 역사에서 살인적인 인플레이션 이야기는 자주 등장한다. 1970년대와 1980년대에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결성과 유가 급등으로 전 세계가 심각한 인플레이션 고통을 경험했다. 최근에는 베네수엘라와 일부 아프리카 국가에서 인플레이션이 심각하다. 그러나 지난 수년간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디플레이션이 중요한 위협이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 중앙은행의 주요 관심사는 디플레이션이었다.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2%로 세우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2000년대 초 브라운관 TV를 대체하는 LCD TV가 나왔을 때 처음에는 상당히 고가였다. 시간이 갈수록 가격은 내렸으며 소비자들은 가격하락을 예상해 구매를 망설였다. 상당히 가격이 하락한 다음에 LCD TV를 구매한 기억이 나는데 그 뒤에도 가격은 더 많이 내렸다.

가격 하락이 예상될 때 소비자들은 제품 구매를 늦춘다. 구매 시점을 늦추면 수요가 감소하고 재고는 증가한다. 재고 증가는 다시 가격 하락으로 연결된다. 하락의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가격이 하락하는 국면, 즉 디플레이션은 성장의 중요한 요소인 수요를 감소시킴으로써 경제를 근본적으로 위협한다.

반대로 가격이 상승하면 소비자는 구매를 서두른다. 가격이 오르기 전에 좀 더 빨리 구매하는 것이 현명하기 때문이다. 경쟁적 구매는 더욱 가격을 상승하게 만들며 궁극적으로 소비를 증가시키는 경향이 있다. 물론 지나치게 가격이 많이 오르면 수요는 줄어든다. 가격을 중심으로 한 수요 공급의 법칙이 틀렸다는 말은 아니다.

적당한 인플레이션은 경제 성장의 중요한 요인이다. 소비를 진작시키고 수요를 창출하므로 경제성장에 도움이 된다. 최근 글로벌 증시는 인플레이션 우려와 금리 상승 우려로 흔들렸다. 그러나 아직 인플레이션과 금리를 우려할 국면은 아니다. 경기회복 초기에 금리상승 우려는 항상 나오는 성장통 같은 것이다. 연간 2% 수준의 적당한 인플레이션은 경제와 증시에 오히려 도움이 된다. 금리 상승 우려보다는 경기 회복에 초점을 맞추는 투자전략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