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들이 연일 매도 물량을 쏟아내고 있는 가운데 주가순자산비율(PBR·주가/주당순자산)이 낮은 저평가 종목은 대거 사들이고 있다.

'저가 우량주' 주워 담는 외국인
7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1961억원어치를 내다팔았다. 지난달 30일부터 7거래일 연속 ‘팔자’ 공세를 이어가며 이 기간에 총 2조4580억원을 순매도했다. 이런 와중에도 외국인들은 장바구니에 저평가주를 쓸어 담았다.

이 기간 외국인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SK하이닉스(1071억원)와 현대자동차(916억원)였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조정장에서의 과도한 낙폭, 현대자동차는 0.59배에 불과한 12개월 예상 PBR로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매력 포인트로 부각됐다. PBR이 1배 미만이라는 것은 해당 기업 주가가 자산을 다 팔고 사업을 청산할 때 가치보다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SK하이닉스와 현대자동차 다음으로 외국인이 많이 담은 롯데쇼핑(PBR 0.55배)과 삼성화재(0.86배) 한국전력(0.30배) 등도 모두 PBR이 1배가 안 된다는 공통점이 있다. SK(주)와 (주)LG 같은 지주회사도 각각 340억원, 253억원어치 사들여 외국인 순매수 상위 종목에 들었다.

SK의 PBR은 1.17배, LG는 0.84배로 낮은 수준이다. 저평가된 밸류에이션 뿐 아니라 배당 기대도 외국인 자금 유입 요인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재중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들이 조정장에서 방어가 가능하면서도 증시 반등 시 상승폭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저평가 우량주를 사들이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이 가장 많이 순매도한 종목은 삼성전자였다. 외국인은 최근 7거래일간 삼성전자를 1조8431억원어치 팔아치웠다. 이 기간 유가증권시장에서 순매도한 금액의 75%에 이르는 규모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납품처인 애플 실적이 정체되는 등 스마트폰 수요 부진에 대한 우려가 크다는 게 증권업계의 시각이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 둔화를 반영해 올해 삼성전자 영업이익 추정치를 58조9000억원에서 57조2000억원으로 낮춰 잡았다”며 “스마트폰 판매 부진은 반도체 판매량이 늘어나는 데도 걸림돌이 돼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