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증시 문(門) 걸어잠그겠다는 정부
글로벌 투자업계에는 ‘세상을 지배하는 건 지수(index) 회사들’이라는 말이 있다. 미국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 등 지수 산출 업체들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는 현상을 일컫는다. 지수 움직임에 따라 수동적으로 투자하는 ‘패시브’ 투자가 유행하면서 세계 양대 지수 회사인 MSCI와 FTSE의 지수를 활용하는 글로벌 자금이 10조달러(약 1경원)를 훌쩍 넘었다.

FTSE는 지난 23일 한국 기획재정부에 서한을 보냈다. 상장 주식 양도소득세를 내야 하는 외국인 대주주의 범위를 현행 ‘25% 이상’에서 ‘5% 이상’으로 확대하는 세법 시행령 개정안이 오는 7월 시행되면 투자자가 ‘한국을 제외한(ExKorea)’ 지수를 선택할 것이라는 경고가 담겼다. FTSE는 “중국 사우디아라비아 등 다른 나라들이 자국 증시를 해외 기관투자가에 개방하기 위해 적극 나선 상황이어서 한국의 세법 시행령 개정안이 더욱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고 썼다.

두 나라는 외국인 투자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지수 업체들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MSCI가 지난해 중국 위안화 A주를 신흥국 지수에 편입하기로 한 게 대표적이다. MSCI는 중국의 자본 유출입이 자유롭지 못하고 증시에 거래 정지 종목이 많다는 이유 등으로 A주의 신흥국 지수 편입을 꺼려왔다. 하지만 중국 금융당국의 끊임없는 구애와 제도 개선 노력으로 지난해 6월 편입을 결정했다. 오는 8월부터 MSCI신흥국 지수를 추종하는 펀드들은 A주를 포트폴리오에 담을 수 있게 된다.

3000개가 넘는 중국의 상장 주식이 점진적으로 모두 편입되면 MSCI신흥국 지수에서 중국 비중은 30%에서 45% 이상으로 늘어난다. 14.97%인 한국 비중은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MSCI는 지난 21일 성명을 통해 “세법 시행령 개정이 한국 증시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사우디는 FTSE가 지난해 ‘2차 신흥국’으로 분류했다. MSCI는 사우디를 신흥국 지수에 편입할 전망이다. 사우디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상장을 앞두고 증시 문호를 활짝 열어젖히고 규제를 풀고 있다.

세법 시행령 개정안의 입법예고기간은 29일까지다. MSCI, FTSE뿐 아니라 아시아증권산업금융시장협회(ASIFMA), 한국의 금융투자협회 등이 한목소리로 개정안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도 반대 의견을 전달했다. “한국만 거꾸로 가서는 위험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자 경고다.

유창재 증권부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