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셀 코리아' 경고
'양도세 확대' 세법 개정안 반발

'외국인 역차별' FTSE도 우려…"결국 한국 중소형주만 피해 볼 것"

외국인은 한국서 투자 손해봐도
개별주식 매각차익 원천징수

국내 운용사 공모펀드는
대주주 지분율 합산서 제외
해외 본사 둔 운용사엔 세금

외국인이 투자비중 줄이면
시가총액 작은 중소기업만 피해
마켓인사이트 1월24일 오후 4시16분

MSCI 이어 FTSE도 '외국인 셀 코리아' 경고

정부가 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해 오는 7월부터 상장회사 주식 매각차익에 양도소득세를 물리는 외국인 대주주 범위를 ‘지분율 25% 이상 보유자’에서 ‘5% 이상 보유자’로 확대하기로 한 가운데 외국인 투자자들의 반발이 점점 거세지고 있다. 지난 21일 미국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에 이어 영국 지수 산출업체인 파이낸셜타임스 스톡익스체인지(FTSE)도 24일 ‘셀 코리아’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본지 1월22일자 A1·12면 참조

FTSE는 이날 성명을 내고 “글로벌 투자자들 사이에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투자 전략이 늘어나고 있어 해외 대형 자산운용사가 한국 기업들의 지분을 5% 이상 보유할 가능성이 커졌다”며 “FTSE지수를 따라가는 운용사 사이에서 한국의 세법 개정안에 대해 우려가 많다”고 밝혔다.

FTSE는 “투자자들이 ‘한국을 제외한(exKorea)’ 지수로 벤치마크(기준)를 바꿀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기준지수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에 따라 한국 주식시장에 투자금을 배정하는 글로벌 상장지수펀드(ETF)들이 한국 주식을 내다 팔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MSCI 이어 FTSE도 '외국인 셀 코리아' 경고

글로벌 투자지표인 MSCI지수를 발표하는 MSCI도 21일 “세법 개정안이 한국 증시의 접근성을 떨어뜨려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10조달러(약 1경700조원)가 넘는 글로벌 자금의 투자지표인 세계 양대 주가지수 산출업체가 잇달아 외국인 이탈 가능성을 경고하면서 한국 증시에 심리적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세형평성을 맞추기 위한 것이라는데 도대체 무슨 형평성을 얘기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상장사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외국인을 대주주로 보고 매각 차익에 양도소득세를 부과한다는 정부의 세법개정안에 대해 한 외국계 증권사 대표는 이처럼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세수 증대 효과는 없이 시장에 대혼란만 줄 것”이라는 업계 의견에도 기획재정부가 “조세조약 미체결국만 해당돼 영향이 극히 제한적”이라는 기존 입장만 되풀이하자 외국인 투자자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MSCI 이어 FTSE도 '외국인 셀 코리아' 경고

◆외국 투자자 역차별하는 제도

기재부가 지난해 8월 처음 세법개정안을 발표하면서 내놓은 입법 취지는 국내 납세자와의 형평성이다. 국내 법인은 상장 주식을 1% 이상 보유하면 대주주로 보고 과세하는 데 비해 외국인 투자자는 지분율 25% 이상 대주주만 매각 차익에 양도소득세를 물리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형평성은커녕 역차별”이라고 주장한다. 현행 세법은 투자자가 국내 자산운용사가 운용하는 공모 펀드를 통해 보유하고 있는 상장사 지분에 대해선 대주주 지분율 합산에서 제외해주는데 해외에 본사를 둔 자산운용사 펀드는 그런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어서다.

국내 투자자는 자진신고 납부를 통해 세금을 내는 데 비해 외국인은 원천징수한다는 점도 외국인에게 불리하다는 지적이다. 예를 들어 내국인은 A종목에 투자해 수익을 냈어도 B종목에서 손실을 봤으면 순수익에 대해서만 신고해 세금을 내면 된다. 하지만 외국인은 두 종목을 합쳐 손실을 본 경우에도 A종목에서 돈을 벌었으면 차익에 대해 원천징수를 당한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의 경우 외국인에 대해서도 자진신고 납부 제도를 활용하기 때문에 손실을 보고도 세금을 낼 위험이 없다”고 설명했다.

◆“영향 적다” 반복하는 정부

외국인 투자자들은 기재부가 “조세조약 적용을 받는 외국인 투자자는 과세 대상에서 제외된다”며 “영향이 매우 제한적”이라고 한 것에도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조세조약을 맺은 나라 중 홍콩 싱가포르 호주 브라질 등은 이중과세방지 협약에서 양도소득세 조항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한국에 투자하는 외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국가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들 국가가 외국인의 전체 상장주식 투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20%에 달한다.

기획재정부는 이에 대해 "해당 국가에서 현재 지분율 5%이상 대주주 투자액은 21조원으로 전체 외국인투자금의 3.5%에 해당한다"고 해명했다.

더 큰 문제는 원천징수 의무를 지는 증권사들이 주식을 매도하는 투자자가 △5% 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지 △취득원가가 얼마인지 △조세조약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 등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증권사들이 나중에 가산세를 물지 않기 위해 매각 금액의 11%를 무조건 원천징수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세법은 매도금액의 11%나 매각차익의 22% 중 적은 금액을 납부하도록 하고 있다.

김지택 금융투자협회 세제지원부장은 “조세조약을 체결한 국가에 거주하는 투자자도 거래 주문 후 이틀 안에 거주국에서 발행하는 증명서가 딸린 면세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며 “수백, 수천 명에 달하는 펀드 투자자의 국적을 일일이 찾아내 서류를 제출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중소형주에 피해 집중될 것”

파이낸셜타임스 스톡익스체인지(FTSE)도 24일 내놓은 성명에서 “증권사들은 매각 금액의 11%를 무조건 원천징수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수를 추종하는 글로벌 상장지수펀드(ETF) 운용사들이 한국을 제외한(exKorea) 지수를 벤치마크로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이 경우 삼성전자 등 대형주보다는 중형주가 주로 피해를 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 외국계 증권사 관계자는 “아무리 큰 자산운용사라고 하더라도 삼성전자처럼 시가총액이 큰 대기업 지분은 5% 이상 보유하기 힘들지만 시가총액이 작은 중소형주는 충분히 5% 이상 보유가 가능하다”고 했다.

“해외 자산운용사들은 세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한국 주식 지분율을 무조건 5% 이하로 낮출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정부가 육성하려고 하는 중견·중소기업에 피해가 집중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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