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던 증권사들의 주식 위탁매매(브로커리지)가 ‘효자’로 거듭나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2500선을 다시 돌파하고 코스닥지수가 900선을 밟으면서 주식시장 활황에 대한 기대가 커져 거래대금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증권사들이 호실적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천덕꾸러기서 효자가 된 '증권사 브로커리지'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23일까지 국내 주식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15조6591억원에 달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하루 평균 6조7626억원, 코스닥시장에서는 8조8965억원이 거래됐다.

지난해 1월만 해도 하루 평균 6조9202억원이었던 거래대금은 지난해 10월 10조원을 넘었고 올 들어서도 큰 폭으로 늘고 있다. 지난해 11월 코스닥지수가 700을 넘어 상승탄력을 받기 시작하면서 코스닥시장의 거래대금 규모가 유가증권시장을 추월했다.

증권사들은 브로커리지 사업부문에서 쏠쏠한 수익을 얻고 있다. 2011년 이후 코스피지수가 박스권(1800~2200)에 갇히면서 거래대금이 줄어든 데다 무료 수수료를 내건 출혈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증권사들은 브로커리지에서 이렇다 할 실적을 내지 못했다.

브로커리지 중심의 ‘천수답’식 수익 구조에 대한 한계도 부각됐다. 자기자본 규모를 불린 대형사들은 브로커리지 비중을 줄이는 대신 투자은행(IB)사업을 키우고 자기자본투자(PI)를 늘렸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2000년대 초만 해도 70%를 웃돌던 국내 증권사들의 브로커리지 수익 비중(평균)은 2016년 30%대로 내려앉았다.

하지만 거래대금이 가파르게 상승 곡선을 타기 시작한 작년 하반기부터 상황이 바뀌었다. 중개 수수료 수익뿐 아니라 신용융자 잔액 증가로 증권사의 신용공여 이자수익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신용융자는 증권회사가 고객에게 증거금(신용거래보증금)을 받고 주식 매매대금을 빌려주는 것이다. 지난해 1월만 해도 7조원대였던 신용융자 잔액은 올 들어 줄곧 10조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브로커리지 시장 점유율 1위(17.4%)인 키움증권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키움증권의 지난해 순이익 추정치는 2211억원, 올해는 2259억원이다. 브로커리지 점유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미래에셋대우(13.2%) NH투자증권(6.4%) 삼성증권(6.0%) 등 대형 증권사뿐 아니라 자기자본 대비 브로커리지 수익 비중이 큰 중소형 증권사들도 주목받고 있다.

원재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대형 증권사는 자기자본이 커 브로커리지가 전체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다”며 “자기자본이 적은 중소형사는 브로커리지 수익 증가에 따른 자기자본이익률(ROE·순이익/자기자본) 개선 폭이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원 연구원은 키움증권과 유안타증권 한화투자증권 DB금융투자 대신증권 교보증권 등이 거래대금 증가에 힘입어 ROE를 끌어올릴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