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암호화폐)의 가격 상승이 소비를 통해 국내총생산(GDP)과 수요물가를 높인다는 측면에서 채권시장에 '약세 요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또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암호화폐를 사려는 수요가 커지면 저축성예금 인출이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채권담당 연구원은 10일 분석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경기회복세와 더불어 탄탄한 국내소비가 확인된다면 한국은행은 향후 기준금리 정상화에 더욱 편안함을 느끼게 될 것"이라며 "암호화폐에 대한 투자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데 이 과정에서 은행의 저축성예금 인출도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이어 "비트코인 등에 투자할 경우 전 세계에서 거래되기 때문에 매수 대금이 국내에 머무른다는 보장이 없다"며 "은행 입장에서는 대출로 나간 규모 만큼 예금으로 들어오는 경향이 과거보다 약해질 것으로 보이고 이 때문에 예대율 충족에 보다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비트코인 투자 열풍이 예금조달 금리에 상승요인이라는 것이다.

이 연구원은 "작년 초 비트코인 시장에서 원화의 거래 비중은 0.3%에 불과했지만 6월엔 14%, 12월 말에는 18%까지 확대됐다"며 "이 과정에서 비트코인 가격이 13배 이상 상승한 점을 감안하면 이 과정에서 한국 투자자들이 얻게 된 부의 효과와 실물경제에 미친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2017년 4~6월 중 비트코인 공급량은 1620만개였고 그 중 한국인이 매입한 비트코인은 약 186만개로 추정된다는 것. 그는 "2017년 2분기부터 4분기까지 비트코인의 분기평균 시가총액은 16조원 증가했다"며 "2018년 들어서도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비트코인이 경제에 미치는 효과가 갈수록 더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이 연구원은 특히 "이익을 얻은 대부분 투자자가 한계소비성향이 높은 20~30대의 젊은 연령층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국내경제에도 일정수준의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정현영 한경닷컴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