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형주 펀드에 자금이 빠르게 유입되고 있다. 코스닥지수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오름세를 보이면서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는 중소형주 펀드에서 1617억원이 빠져나갔지만 하반기 들어 순유입세로 돌아섰다. 지난달에만 877억원이 순유입됐다. 투자자의 관심은 국내에서 판매 중인 47개 중소형주 펀드 중 어떤 펀드를 골라야 하느냐에 쏠린다. 지난해 수익률이 가장 높은 ‘대신 성장중소형’, 전통의 강자 ‘삼성 중소형FOCUS’, 지난해 가장 많은 자금을 모은 ‘신영 마라톤중소형’ 펀드를 분석해봤다.
코스닥 열기 타고 다시 뜨는 중소형주 펀드
◆대신 “이익성장률 높아지는 기업 투자”

‘대신 성장중소형’은 작년 한 해 중소형주 펀드 가운데 가장 높은 수익률(35.94%)을 냈다. 이 펀드는 지난해 10월10일 기준 정보기술(IT) 업종을 46.38% 담고 있다. IT업종이 시장 상승세를 이끈 지난해 돋보이는 수익을 낸 이유다. 비에이치(펀드 내 비중 6.40%) 삼성전자(5.40%) 삼성전기(3.77%) 등 비중이 높은 종목 대부분이 IT주다.

이 펀드는 이익 성장률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에 투자한다. 중소형주는 이익 규모가 커도 성장률이 둔화하면 주가 상승 동력을 잃는다는 판단에서다. 펀드를 운용하는 김종언 대신자산운용 리서치운용본부 팀장은 “올해도 IT업종 성장세는 이어지겠지만 성장률은 꺾일 가능성이 있다”며 “이 때문에 펀드에서 IT업종 비중은 낮추고 기저효과가 돋보이는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피해주와 글로벌 진출이 활발한 게임주 비중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 “펀드 밸류에이션 바닥 수준”

‘삼성 중소형FOCUS’는 중소형주 펀드의 ‘터줏대감’ 같은 상품이다. 2007년 상품 출시 후 민수아 삼성액티브자산운용 밸류본부장이 매니저 교체 없이 꾸준히 펀드를 이끌고 있어 안정적인 게 장점으로 꼽힌다. 펀드 설정액은 6424억원으로 중소형주 펀드 가운데 가장 많은 수준이다.

앞으로 대형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은 우량 중소형주를 발굴해 오래 보유하는 게 이 펀드의 전략이다. 펀드 매매회전율도 50% 정도로 낮다. 1년 동안 펀드가 보유한 주식 가운데 절반가량만 교체된다는 의미다. 로엔(펀드 내 비중 4.27%), 아모레G(2.92%) 등 소비재와 삼성전자(5.98%) 다우기술(1.75%) 등 IT주를 주로 담고 있다.

민 본부장은 “올해는 중소형주의 영업이익 증가율이 대형주를 앞지를 전망이어서 주가 상승여력이 크다”며 “펀드 전체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역시 과거와 비교해 바닥 수준”이라고 말했다.

◆신영, 120개 종목 골고루 담아

‘신영 마라톤중소형’은 신영자산운용이 내놓은 첫 중소형주 펀드다. 지난해 7월 출시한 뒤 설정액이 3000억원을 넘겨 잠정 판매중단(소프트클로징)됐다. 출시 이후 3460억원을 모아 지난해 중소형주 펀드 가운데 가장 많은 자금을 모았다. 초기 수익률은 부진했다. 출시 이후 지난해 말까지 약 5개월간 -0.61%의 수익을 냈다.

수익률 부진에도 자금이 대거 유입된 건 신영자산운용이 운용 중인 펀드에 대한 투자자 신뢰가 높았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대표펀드인 ‘신영마라톤’은 매년 10~20%의 수익률을 꾸준히 기록했다.

신영 마라톤중소형이 주로 담는 종목은 저평가 내수주다. 120여 개 종목을 골라 비중을 고루 나눠 담았다. 상위 10개 종목의 펀드 내 비중을 합해도 16.47%에 불과하다. 모든 종목을 비슷한 비율로 담는 소위 ‘N분의 1’ 펀드다.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사장은 “올해는 지수 전체가 오르기보다 저평가된 종목 상승세가 두드러지는 개별 종목 장세가 펼쳐질 전망”이라며 “개별 종목 장세에선 소수 대형주에 집중 투자하는 펀드보다 N분의 1 펀드가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