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주식형 펀드 시장의 승자는 인덱스펀드였다. 1000억원 이상 자금을 모은 펀드 10개 중 7개가 특정 지수 수익률을 추종하는 인덱스펀드로 나타났다. 펀드매니저가 개별 종목을 골라 투자하는 액티브펀드 중에선 배당주 펀드와 중소형주 펀드가 투자자의 관심을 받았다.

◆지수 추종하는 인덱스펀드 ‘선전’

올 국내주식형 펀드 승자는 '인덱스'
20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들어 1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끌어모은 국내 주식형 펀드(상장지수펀드 포함)는 22개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인덱스펀드가 16개(72%)를 차지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상위 종목이 시장 상승을 이끌면서 인덱스펀드 수익률이 액티브펀드를 압도했기 때문이다.

인덱스펀드 가운데서도 코스피200이나 코스닥150지수를 추종하는 대표지수 펀드에 자금이 몰렸다. 올 들어 자금 유입 상위 펀드 1~3위가 코스피200을 추종하는 펀드였다. 올해 코스피지수가 5년간의 ‘장기 박스권’(코스피지수 1850~2100선)을 뚫고 상승하면서 시장 상승세에 올라타려는 투자자가 늘었다.

코스피200지수의 하루 상승폭을 추종하는 삼성자산운용의 ‘KODEX 200’에는 올 들어 5637억원이 몰렸다. 국내 주식형 펀드 가운데 유일하게 5000억원 이상 자금을 모았다. 펀드 구조가 같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200’(연초 이후 4243억원 순유입), 코스피200 하루 상승폭의 두 배 만큼 수익을 내는 ‘NH-Amundi 코리아 2배레버리지’(3782억원)가 뒤를 이었다.

◆‘스타’ 사라진 액티브펀드 시장

펀드매니저가 종목을 선정하는 액티브펀드의 입지는 좁아진 한 해였다. 올 들어 1000억원 이상 자금을 모은 액티브펀드는 6개에 그쳤다. 반면 1000억원 이상 자금이 빠져나간 액티브펀드는 18개, 5000억원 이상 자금이 대거 빠져나간 펀드는 3개였다.

액티브펀드 가운데선 배당주 펀드와 중소형주 펀드가 인기를 끌었다. ‘신영 마라톤 중소형주’가 액티브펀드 가운데 가장 많은 투자금(3381억원)을 모았다. 허남권 사장이 이끄는 신영자산운용이 내놓은 첫 중소형주 펀드로 관심을 모은 상품이다. 이 펀드는 출시 넉 달 만에 목표금액인 3000억원을 모은 뒤 잠정 판매 중단(소프트클로징)에 들어갔다. 꾸준한 수익률이 장점으로 꼽히는 ‘베어링 고배당’(연초 이후 2708억원 순유입), ‘미래에셋 배당 프리미엄’(1211억원) 등도 많은 자금을 모았다.

운용업계 전문가들은 올해 액티브펀드가 소외된 이유로 대형주 주도 장세와 ‘스타 펀드매니저’의 부재를 꼽았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삼성전자가 시장 상승세를 주도하면서 시장수익률을 따라가기가 힘들어졌다는 게 액티브펀드 매니저들의 하소연이다.

2000년대 중반 이후 꾸준히 배출돼온 스타 펀드매니저가 최근 실종되다시피 한 것도 액티브펀드가 투자자의 관심을 얻지 못한 이유다. 가치투자 열풍을 일으킨 허 사장과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부사장, 2010년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 열풍을 이끈 박건영 브레인자산운용 대표, ‘메리츠 코리아’ 펀드로 운용업계 돌풍을 일으킨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등이 대표적인 스타 펀드매니저로 꼽힌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스타 펀드매니저들 뒤에는 수익률이 안 좋을 때도 이들의 투자 스타일을 믿고 기다려준 자산운용사가 있었다”며 “연기금 등 기관 자금이 매 분기 수익률을 평가하고 운용사도 단기 성과에 집중하면서 개성 있는 스타 매니저가 나오기 힘든 환경이 됐다”고 지적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