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강세 지속되는데 환테크족은 달러에 '베팅'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100원 아래로 떨어지면서 ‘달러 재테크’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달에만 원·달러 환율이 3%가량 급락(원화 강세)하면서다. 개인투자자들은 급격한 원화 강세를 역발상 투자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바닥’에 근접했다고 보고 반등을 노리는 자금이 빠르게 늘었다. 하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이 ‘반짝 반등’하더라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하락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달러 재테크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맥 못추는 달러 상품 수익률

지난 1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원80전(0.1%) 내린 달러당 1086원40전에 거래를 마쳤다. 올초 달러당 1208원(1월2일)까지 올랐던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29일 1076원80전까지 떨어지며 10.9% 하락했다. 2년7개월 만에 최저치다.

원화 강세가 이어지면서 원·달러 환율 상승에 ‘베팅’하는 달러 상품에는 비상등이 켜졌다. 미국 달러선물 가격 하루변동폭의 두 배를 따라가는 상장지수펀드(ETF)인 ‘KOSEF 미국달러선물 레버리지’는 최근 한 달간 -10.2%의 손실을 냈다. 국내에 상장한 달러 ETF 가운데 거래가 가장 활발한 상품이다.

해외 주식형 펀드 시장에서도 환율 변동의 영향을 받지 않는 환헤지형 펀드 수익률이 환노출형 펀드 수익률을 크게 앞서고 있다. 원화 강세가 이어지면 해외에 투자한 자금의 국내 가치가 하락해 환차손을 입는다. 같은 펀드에 가입했더라도 환헤지 여부에 따라 수익률에 차이가 난다. 미국 증시에 투자하는 ‘삼성 애버딘 미국 중소형펀드’ 중 환헤지형 펀드의 최근 3개월 수익률은 8.35%였지만 환노출형 펀드 수익률은 4.44%에 그쳤다.

◆달러 상품에 자금 몰려

개인투자자들은 가파른 원화 강세를 역발상 투자 기회로 삼고 있다. 지난달 원·달러 환율이 빠르게 떨어진 만큼 반등 가능성을 높게 봐서다. 개인은 지난달 ‘KOSEF 미국달러선물 레버리지’를 339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지난 10월 순매수 금액(179억원)은 물론 올 들어 10월까지 누적 순매수 규모인 240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규모다.

달러로 예금하는 외화예금도 증가세다. 지난달 16일을 기준으로 신한, 국민, 우리, 하나 등 4대 은행의 달러 예금 잔액은 10월 말보다 20%가량 급증한 396억4000만달러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거주자 외화예금 규모는 10월 말 기준 732억8000만달러를 기록해 사상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한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는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100원 아래로 내려가면서 달러에 투자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고객 문의가 크게 늘었다”며 “달러 ETF뿐 아니라 달러 예금, 달러 환매조건부채권(RP) 등에도 개인들의 자금이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이 단기 반등하더라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하락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달러 재테크에 신중하게 접근하고, 투자하더라도 방망이를 짧게 잡으라고 조언한다. 박형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4분기 들어 원·달러 환율이 5.0% 떨어져 주요국 통화와 비교했을 때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컸다”며 “12월 중 달러당 1100원 수준을 회복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정미영 삼성선물 리서치센터장은 “내년에도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늘어날 전망이어서 원화 강세 추세는 이어질 것으로 본다”며 “내년 1분기 원·달러 환율은 지금보다 떨어진 달러당 1050~1060원대에서 맴돌 것”이라고 내다봤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